1. 개요
큰돌고래는 참돌고래과(Delphinidae)에 속하는 이빨고래로, 사람들이 ‘돌고래’라는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바로 그 모습의 주인공이에요. 짧고 뭉툭한 주둥이, 살짝 웃는 듯한 입매, 회색빛 매끈한 몸, 등 한가운데 솟은 낫 모양의 등지느러미가 특징이에요. 영어 이름인 보틀노즈(bottlenose)도 주둥이가 옛날 술병의 목처럼 짧고 둥글다는 데서 붙었어요.
열대부터 온대까지 전 세계 바다에 널리 퍼져 살고, 해안 가까운 얕은 만과 하구부터 수심 깊은 먼바다까지 서식 환경도 다양해요. 그만큼 지역마다 먹이를 찾는 방법과 무리를 짓는 방식이 크게 달라서, 같은 종인데도 사는 곳에 따라 전혀 다른 ‘문화’를 가진 것처럼 보이기도 해요.
큰돌고래는 지능이 매우 높은 동물로 손꼽혀요. 거울 속 자신을 알아보는 실험에 통과했고, 개체마다 고유한 ‘이름 휘파람’을 가지고 있으며, 해면을 도구처럼 쓰거나 진흙으로 물고기를 몰아 잡는 등 놀라운 행동을 보여 줘요. 이런 특성 때문에 오랫동안 수족관 공연의 주인공이 되어 왔고, 동시에 고래류를 사육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윤리 논쟁의 중심에도 서 있어요.
한국과도 인연이 깊어요. 제주 연안에 사는 돌고래는 큰돌고래가 아니라 가까운 친척인 남방큰돌고래인데, 공연용으로 붙잡혔던 남방큰돌고래들을 바다로 돌려보낸 일은 한국 사회가 고래와 동물원 문제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어요. 이 문서에서는 큰돌고래를 중심으로 다루되, 혼동되기 쉬운 남방큰돌고래 이야기도 함께 정리해요.
2. 이름과 분류

Giles Laurent · CC BY-SA 4.0
학명은 Tursiops truncatus예요. 속명 Tursiops는 라틴어 tursio(돌고래 비슷한 바다 동물)와 그리스어 계열의 -ops(얼굴, 모습)를 합친 말로 ‘돌고래 얼굴을 한 것’ 정도의 뜻이에요. 종소명 truncatus는 ‘잘린, 뭉툭한’이라는 뜻인데, 처음 기재할 때 참고한 표본의 이빨이 닳아서 뭉툭해 보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널리 알려져 있어요.
한국어 이름 ‘큰돌고래’는 돌고래 가운데 몸집이 크다는 뜻에서 붙었어요. ‘돌고래’라는 말 자체의 어원은 확실하지 않은데, 작은 고래라는 뜻의 ‘돌-’이 붙었다는 설, 바다에서 자주 ‘돈다’는 데서 왔다는 설 등 여러 이야기가 있어요. 예전 문헌이나 지역에서는 돌고래 무리를 통틀어 ‘곱시기’, ‘수애기’처럼 부르기도 했다고 전해져요.
2.1. 큰돌고래속의 종들
큰돌고래속은 오랫동안 한 종으로 여겨지다가, 유전자와 골격 연구가 쌓이면서 둘 이상의 종으로 나뉘었어요. 현재 널리 인정되는 것은 다음과 같아요.
| 종 | 학명 | 특징 |
|---|---|---|
| 큰돌고래 | Tursiops truncatus | 전 세계 온대·열대 바다, 몸집이 크고 배에 점이 거의 없음 |
| 남방큰돌고래 | Tursiops aduncus | 인도양·서태평양 연안, 몸이 더 작고 주둥이가 길며 성체 배에 점무늬 |
| 버루난돌고래 | Tursiops australis | 호주 남동부 일부 해역, 별개 종으로 볼지 논란이 있음 |
남방큰돌고래는 2000년대 들어 별도의 종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어요. 제주도 연안에 사는 돌고래가 바로 이 남방큰돌고래예요. 버루난돌고래는 2011년에 새 종으로 제안되었지만, 학자들 사이에서 아직 인정 여부가 갈리고 있어요.
2.2. 아종과 생태형
큰돌고래 안에서도 지역 집단 차이가 커요. 흑해에 고립된 집단은 아종 Tursiops truncatus ponticus로 분류되고, 동태평양에 사는 큰 체형의 집단을 별도 아종으로 보기도 해요. 또 같은 바다 안에서도 해안 가까이 사는 ‘연안형’과 먼바다를 돌아다니는 ‘외해형’이 나뉘는데, 외해형이 대체로 더 크고 짙은 색이며 깊은 물에 적응한 혈액 특성을 보여요. 두 생태형은 서로 잘 섞이지 않아서, 미래에 더 세분될 가능성도 있어요.
3. 진화
고래류의 조상은 약 5,000만 년 전 육지에 살던 발굽 동물이었어요. 오늘날 살아 있는 동물 가운데 고래와 가장 가까운 친척은 하마예요. 초기 고래 무리는 파키케투스처럼 개와 비슷한 크기로 물가를 오가던 동물에서 시작해, 암불로케투스, 로드호케투스를 거쳐 바실로사우루스처럼 완전히 바다에서 사는 형태로 변해 갔어요.
약 3,400만 년 전 무렵 고래는 두 갈래로 나뉘었어요. 하나는 이빨 대신 수염판으로 먹이를 걸러 먹는 수염고래, 다른 하나는 이빨과 반향정위를 무기로 삼은 이빨고래예요. 큰돌고래는 이빨고래 쪽에 속해요.
참돌고래과는 약 1,000만~1,100만 년 전쯤 등장해 빠르게 다양해진 비교적 젊은 무리예요. 큰돌고래속이 언제 갈라졌는지는 연구마다 추정치가 다르지만, 대체로 수백만 년 안쪽의 일로 보고 있어요. 흥미롭게도 유전자 분석을 해 보면 큰돌고래속은 점박이돌고래속, 참돌고래속 같은 다른 돌고래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과거에 서로 다른 계통 사이에 교잡이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돼요. 실제로 사육 환경이나 야생에서 큰돌고래와 다른 돌고래 사이의 잡종이 확인된 사례도 있어요.
몸 안에는 육지 시절의 흔적이 남아 있어요. 뒷다리는 사라졌지만 골반의 작은 뼈 조각이 몸속에 남아 있고, 앞지느러미 속에는 사람 손처럼 손가락뼈가 들어 있어요.
4. 분포와 서식지

Vince Smith from London, United Kingdom · CC BY 2.0
큰돌고래는 극지방을 제외한 거의 모든 바다에서 볼 수 있어요. 대서양, 태평양, 인도양의 온대와 열대 해역, 지중해, 흑해, 멕시코만, 카리브해 등에 살고, 대체로 수온이 10~32℃ 정도인 바다를 좋아해요.
연안형 집단은 얕은 만, 석호, 하구, 항구 근처에 머물며 일정한 구역을 오랫동안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요. 미국 플로리다 서부의 한 연안 집단은 수십 년 동안 거의 같은 해역에서 여러 세대가 이어져 살면서 세계에서 가장 오래 추적된 야생 돌고래 집단이 되었어요. 반면 외해형은 대륙붕 바깥의 깊은 바다를 수백 km씩 이동하기도 해요.
한국 주변 바다에서 큰돌고래를 만나는 일은 흔하지 않아요. 동해나 남해 먼바다에서 드물게 관찰되는 정도이고, 한국 연안에서 우리가 흔히 보는 ‘돌고래’는 제주의 남방큰돌고래, 서해와 남해의 상괭이, 동해의 참돌고래나 낫돌고래 같은 다른 종인 경우가 많아요.
5. 신체 특징
큰돌고래는 지역에 따라 몸집 차이가 크다는 것이 특징이에요. 따뜻한 바다의 연안 집단은 작고, 차가운 바다나 외해 집단은 훨씬 커요.
| 항목 | 수치 |
|---|---|
| 몸길이 | 약 1.9~4m (대부분 2.5~3.5m) |
| 몸무게 | 약 150~650kg |
| 갓 태어난 새끼 | 몸길이 약 0.8~1.4m, 15~30kg |
| 이빨 | 위아래 좌우 각각 18~28개 정도의 원뿔형 이빨 |
| 순간 최고 속도 | 시속 30km 안팎, 짧게는 그 이상 |
| 잠수 | 보통 수십 m, 외해형은 수백 m까지 가능 |
몸은 유선형으로, 물의 저항을 줄이도록 만들어져 있어요. 등은 짙은 회색, 옆구리는 연한 회색, 배는 흰색이나 분홍빛을 띠는데, 위에서 보면 어두운 바다에, 아래에서 보면 밝은 수면에 섞이는 ‘방어 색’ 역할을 해요. 남방큰돌고래와 달리 성체가 되어도 배에 점무늬가 거의 생기지 않아요.
5.1. 감각기관과 반향정위
큰돌고래의 가장 중요한 감각은 소리예요. 머리 안쪽의 ‘음순’이라는 구조에서 딸깍거리는 클릭음을 만들고, 이마의 지방 덩어리인 ‘멜론’이 이 소리를 렌즈처럼 모아 앞쪽으로 쏘아 보내요. 소리가 물체에 부딪혀 돌아오면 아래턱뼈 속 지방을 통해 속귀로 전달되고, 뇌는 그 메아리로 물체의 거리, 크기, 모양, 심지어 내부 구조까지 파악해요. 모래 속에 숨은 물고기를 찾아내고, 같은 크기라도 재질이 다른 공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예요.
시력도 물속과 물 밖에서 모두 꽤 좋은 편이에요. 반면 후각 신경은 거의 퇴화했어요. 갓 태어난 새끼의 주둥이에는 털 몇 가닥이 있다가 곧 빠지는데, 그 자리가 전기 신호를 느끼는 감각기관으로 기능한다는 연구도 있어요.
5.2. 호흡과 피부
돌고래는 머리 꼭대기의 분수공 하나로 숨을 쉬어요. 의식적으로 호흡하기 때문에 완전히 정신을 잃고 자지 못하고, 뇌의 반쪽씩 번갈아 쉬는 ‘반구 수면’을 해요. 한쪽 눈을 감고 천천히 헤엄치거나 수면 근처에서 떠 있는 모습이 바로 쉬는 중인 모습이에요.
피부는 매우 매끄럽고 바깥층이 사람보다 훨씬 빠르게 새로 바뀌어서 따개비나 이물질이 잘 붙지 않아요. 피부 아래의 두꺼운 지방층은 체온을 지키고 에너지를 저장하는 역할을 해요. 등지느러미의 흠집과 모양은 사람의 지문처럼 개체마다 달라서, 연구자들은 등지느러미 사진으로 개체를 구별해요.
6. 생태와 습성

Smallbones · CC0
큰돌고래는 ‘분열-융합’ 사회를 이루어 살아요. 무리가 고정되어 있지 않고, 몇 시간이나 며칠 단위로 개체들이 모였다 흩어졌다를 반복해요. 보통 2~15마리 정도의 작은 무리가 흔하지만, 먼바다에서는 수백 마리가 모이기도 해요.
관계에는 일정한 패턴이 있어요. 새끼를 키우는 암컷들은 비슷한 처지의 암컷과 어울리는 경우가 많고, 수컷은 다 자란 뒤 다른 수컷 한두 마리와 아주 오랫동안 단짝 관계를 유지하기도 해요. 호주 샤크베이의 연구에서는 수컷 둘셋이 모인 1차 동맹이 다시 더 큰 2차, 3차 동맹을 이루는 복잡한 구조가 밝혀졌는데, 이 수준의 다층 동맹은 사람 말고는 찾아보기 힘든 사례로 꼽혀요. 다만 샤크베이 돌고래는 남방큰돌고래라는 점을 함께 기억해 두면 좋아요.
하루 일과는 먹이 찾기, 이동, 휴식, 사회적 교류가 섞여 있어요. 파도를 타거나 배 앞의 물결을 타는 ‘선수파 타기’, 해초를 지느러미에 걸고 노는 행동처럼 실용적인 목적이 뚜렷하지 않은 놀이도 자주 관찰돼요.
6.1. 공격성과 어두운 면
귀여운 이미지와 달리 큰돌고래는 꽤 거친 면도 있어요. 수컷 동맹이 암컷을 무리에서 떼어 놓고 강제로 따라다니게 하는 행동이 관찰되었고, 서로 이빨로 긁어 생긴 평행한 흉터가 몸에 가득한 개체도 흔해요. 스코틀랜드와 미국 일부 해역에서는 큰돌고래가 상괭이류(쇠돌고래)를 들이받아 죽이는 사례가 기록되었고, 드물게 새끼를 죽이는 행동도 보고되었어요. 이런 모습은 돌고래를 무조건 ‘착한 동물’로만 보는 시각을 바로잡아 줘요.
7. 먹이
큰돌고래는 기회주의적인 육식동물이에요. 숭어, 고등어류, 민어류 같은 물고기를 주로 먹고, 오징어, 새우, 게도 먹어요. 성체는 하루에 몸무게의 약 4~6% 정도를 먹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200kg짜리 돌고래라면 하루 8~12kg 정도예요. 먹이는 씹지 않고 통째로 삼키며, 원뿔 모양 이빨은 먹이를 붙잡는 데 써요.
지역마다 먹이를 잡는 방법이 놀라울 만큼 달라요.
- 갯벌 몰이: 미국 남동부 일부 하구에서는 무리가 함께 물결을 일으켜 물고기를 진흙 둑 위로 밀어 올린 뒤, 몸을 반쯤 물 밖으로 내밀어 잡아먹어요.
- 진흙 고리 사냥: 플로리다 앞바다의 얕은 곳에서는 한 마리가 꼬리로 바닥을 쳐 진흙 고리를 만들고, 갇힌 물고기가 뛰어오르면 다른 돌고래들이 받아먹어요.
- 어민과의 협동: 브라질 남부의 한 지역에서는 돌고래가 숭어 떼를 해안 쪽으로 몰고 독특한 몸짓으로 신호를 보내면 어부가 그물을 던지는 협동이 여러 세대 이어져 왔어요.
- 물고기 때리기: 꼬리로 물고기를 세게 쳐서 공중으로 날려 기절시키는 행동도 있어요.
- 해면 도구 사용: 샤크베이의 남방큰돌고래 일부는 주둥이에 해면을 끼워 바닥을 뒤질 때 보호구처럼 써요. 이 기술은 주로 어미에게서 딸에게 전해져요.
이처럼 지역별 사냥법이 학습을 통해 대물림되기 때문에, 돌고래 연구는 동물 문화 연구의 대표 사례가 되었어요.
8. 번식과 일생

Andreas Ahrens · CC BY 2.0
큰돌고래는 계절을 크게 가리지 않고 번식하지만, 지역에 따라 봄과 여름에 출산이 몰리는 경향이 있어요. 수컷 여러 마리가 한 암컷을 두고 경쟁하며, 짝짓기 체계는 한 쌍이 오래 함께하는 방식이 아니에요.
임신 기간은 약 12개월이고, 보통 한 번에 새끼 한 마리를 낳아요. 새끼는 꼬리부터 먼저 나오는데, 숨을 쉬기 전에 질식하지 않도록 하는 적응으로 여겨져요. 태어나자마자 어미나 주변 암컷의 도움을 받아 수면으로 올라가 첫 숨을 쉬어요. 이때 출산을 돕는 다른 암컷을 흔히 ‘이모’ 역할이라고 표현해요.
| 단계 | 나이 | 특징 |
|---|---|---|
| 신생아 | 0~1개월 | 몸에 태아 시절의 주름 줄무늬가 남아 있음, 어미 곁에 바짝 붙어 헤엄침 |
| 수유기 | 1개월~1.5년 | 젖이 주식, 몇 달 뒤부터 물고기를 맛보기 시작 |
| 의존기 | 1.5~6년 | 젖을 떼도 어미와 함께 다니며 사냥법과 사회관계를 배움 |
| 청소년기 | 약 3~10년 | 또래 무리와 어울리며 독립 |
| 성체 | 암컷 5~13년, 수컷 9~14년 무렵 | 번식 시작 |
어미는 보통 3~6년 간격으로 새끼를 낳아요. 새끼를 오래 키우는 만큼 한 마리 한 마리에게 많은 투자를 하는 셈이에요. 야생에서의 수명은 보통 40~50년이고, 암컷이 수컷보다 오래 사는 경향이 있어 60년 넘게 산 암컷도 기록되어 있어요. 나이는 이빨 단면의 성장층을 세어서 추정해요.
9. 지능·의사소통·특별한 능력
큰돌고래의 뇌는 약 1.5~1.7kg으로 사람과 비슷하거나 조금 무겁고, 몸 크기에 비한 뇌의 비율도 사람 다음으로 높은 편에 속해요. 대뇌 피질은 주름이 매우 많아요.
가장 유명한 능력은 ‘이름 휘파람’이에요. 새끼는 생후 몇 달 동안 자신만의 고유한 휘파람 패턴을 만들어 평생 사용해요. 다른 돌고래가 그 휘파람을 흉내 내어 특정 개체를 부르는 듯한 행동도 관찰되었고, 20년 넘게 떨어져 지낸 동료의 휘파람을 기억한다는 연구도 있어요.
2001년에는 큰돌고래가 거울에 비친 몸의 표시를 확인하려고 몸을 돌려 보는 행동이 보고되어, 유인원 등과 함께 ‘거울 자기 인식’이 가능한 동물로 알려졌어요. 사람의 수신호를 문법처럼 조합해 이해하는 실험, 처음 보는 행동을 ‘새로운 것을 해 봐’라는 신호에 맞춰 만들어 내는 실험 결과도 있어요.
이 밖에도 놀이 도중 ‘공기 방울 고리’를 만들어 가지고 노는 행동, 특정 독성 물고기를 장난감처럼 다루는 행동이 관찰되었어요. 다만 이런 관찰을 과장해 ‘돌고래가 사람보다 똑똑하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근거가 부족해요. 돌고래는 바다라는 환경에 맞게 다른 방향으로 발달한 지능을 가졌다고 보는 편이 정확해요.
9.1. 잠수 생리
잠수할 때 큰돌고래는 심장 박동을 늦추고 혈액을 뇌와 심장 쪽으로 몰아 산소를 아껴요. 근육에는 미오글로빈이 많아 산소를 저장할 수 있어요. 폐는 깊은 곳에서 수압에 눌려 쪼그라들도록 되어 있어 질소가 혈액에 덜 녹아들어요. 보통 몇 분 안에 다시 수면으로 올라오지만, 10분 가까이 숨을 참는 경우도 있어요.
10. 천적과 생존
다 자란 큰돌고래를 노리는 천적은 많지 않아요. 큰 상어, 특히 뱀상어, 황소상어, 백상아리가 대표적이고, 일부 해역에서는 범고래도 위협이 돼요. 호주의 한 연구에서는 성체 큰돌고래(남방큰돌고래 포함) 가운데 상당수가 상어에게 물린 흉터를 가지고 있었어요.
새끼는 훨씬 취약해서, 무리 안에서 어미와 다른 성체가 새끼를 가운데 두고 보호하는 경향이 있어요. 큰돌고래는 상어를 주둥이로 들이받아 쫓아내기도 해요. 상어가 많은 곳에서는 깊은 물을 피하고 얕은 곳에서 쉬는 등 위험을 고려해 서식 장소를 바꾸기도 해요.
사람이 원인인 위협이 오히려 더 크기도 해요. 그물에 걸려 죽는 혼획, 배와의 충돌, 해양 오염, 적조, 먹이 물고기 남획이 모두 생존에 영향을 줘요.
11. 인간과의 관계
돌고래는 고대부터 사람에게 특별한 동물이었어요. 고대 그리스에서는 돌고래를 죽이는 일을 불길하게 여겼고, 지중해 지역에는 돌고래가 물에 빠진 사람을 구했다는 이야기가 많이 전해져요. 한편 일부 지역에서는 오래전부터 돌고래를 고기나 기름을 얻기 위해 사냥하기도 했어요.
20세기 들어 큰돌고래는 수족관 공연의 대표 동물이 되었어요. 1960년대 미국 TV 시리즈의 인기로 돌고래 쇼가 세계적으로 퍼졌고, 큰돌고래는 비교적 사육이 쉽고 사람을 잘 따른다는 이유로 가장 많이 잡혀 온 종이 되었어요. 군사 분야에서는 미국과 러시아 등이 돌고래에게 기뢰 탐지나 수중 수색을 훈련시킨 일도 알려져 있어요.
오늘날에는 야생 돌고래 관찰 관광이 세계 여러 곳의 중요한 산업이 되었어요. 하지만 배가 너무 가까이 다가가거나 먹이를 던져 주면 돌고래의 휴식과 사냥을 방해하고, 사람에게 먹이를 구걸하는 습관이 생겨 위험해지기도 해요. 관찰할 때는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돌고래가 다가오지 않으면 쫓아가지 않는 것이 기본이에요.
11.1. 한국과의 인연: 제주 남방큰돌고래 이야기
한국에서 돌고래 하면 제주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어요. 다만 제주 연안에 사는 돌고래는 큰돌고래가 아니라 가까운 친척인 남방큰돌고래라는 점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어요. 생김새가 비슷해서 예전에는 같은 종으로 소개되기도 했지만, 남방큰돌고래는 몸이 조금 작고 주둥이가 길며 나이가 들면 배에 점이 생겨요.
제주 남방큰돌고래는 섬 연안의 얕은 바다를 따라 돌며 사는 작은 집단으로, 개체 수가 100여 마리 남짓으로 추정돼요. 2000년대에 이 가운데 여러 마리가 정치망에 걸린 뒤 공연 시설로 팔려 간 사실이 알려지면서 큰 논란이 되었어요. 이후 법원 판결과 시민사회의 요구를 거쳐, 2013년부터 몇 차례에 걸쳐 사육되던 남방큰돌고래들이 적응 훈련을 받고 제주 바다로 돌아갔어요. 일부 개체는 야생 무리와 함께 헤엄치고 새끼를 낳은 모습까지 확인되어, 고래류를 바다로 돌려보낸 세계적인 사례로 주목받았어요. 반면 방류 후 행방이 확인되지 않은 개체도 있어서, 방류가 늘 성공하는 것은 아니라는 교훈도 함께 남겼어요.
이 일을 계기로 남방큰돌고래는 해양수산부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어 포획과 유통이 금지되었어요. 이후 한국에서는 고래류의 신규 사육과 체험 행사를 제한하는 방향으로 관련 법이 바뀌었고, 제주 남방큰돌고래에게 법적 권리를 인정하자는 ‘생태법인’ 논의까지 이어졌어요. 큰돌고래라는 종의 이야기를 읽을 때, 바로 옆 친척이 한국 사회에 남긴 이 변화도 함께 기억해 두면 좋아요.
12. 보전 현황
큰돌고래는 IUCN 적색목록에서 관심대상(LC)으로 평가되어 있어요. 전 세계에 아주 넓게 퍼져 있고 전체 개체 수가 수십만 마리 이상으로 추정되기 때문이에요. 다만 전 세계를 아우르는 정확한 개체 수 조사는 없고, 자료마다 추정치 차이가 커요.
종 전체는 안정적이어도 지역 집단 중에는 위험한 곳이 많아요. 흑해 아종은 과거 대규모 사냥과 오염으로 크게 줄어 위기(EN)로 평가되고, 지중해와 일부 피오르, 하구의 작은 고립 집단은 몇십 마리 수준이라 작은 충격에도 사라질 수 있어요.
주요 위협 요인은 다음과 같아요.
- 혼획: 자망, 트롤, 정치망에 걸려 질식하는 사고
- 서식지 훼손: 연안 개발, 준설, 선박 소음
- 오염: 몸속에 쌓이는 PCB 같은 잔류성 오염물질이 면역과 번식을 약화시킴
- 기름 유출: 2010년 멕시코만 원유 유출 이후 이 지역 큰돌고래에게서 폐 질환과 번식 실패가 크게 늘었다는 연구가 있음
- 직접 포획: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식용이나 수족관 공급을 위한 몰이 사냥이 이루어짐
관련 국제 규제로는 CITES 부속서 II가 있어 국제 거래가 허가제로 관리돼요. 남방큰돌고래는 IUCN에서 준위협(NT)으로 평가되며, 한국에서는 해양보호생물이에요. 큰돌고래 자체의 한국 내 법적 지위는 고래류 보호 규정 전반의 적용을 받는데, 개별 종 지정 여부는 고시 개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서 최신 목록을 확인하는 것이 좋아요.
13. 동물원·수족관에서
큰돌고래는 전 세계 수족관에서 가장 흔히 사육되는 고래류예요. 사육 환경에서 번식도 비교적 잘 되어, 오늘날 사육 개체 중 상당수는 수족관에서 태어난 개체예요.
하지만 사육에 대한 비판은 점점 커지고 있어요. 야생 큰돌고래는 하루에 수십 km를 헤엄치고 깊이 잠수하며 복잡한 사회관계를 맺는데, 수조는 아무리 커도 그 범위를 따라갈 수 없어요. 콘크리트 벽에 반사되는 소리, 반복되는 공연 일정, 먹이를 대가로 한 훈련이 스트레스가 된다는 지적이 있고, 같은 곳을 계속 맴도는 정형 행동이나 이빨 손상이 관찰되기도 해요.
반대로 수족관 측은 연구와 교육, 좌초 동물 구조 활동의 가치를 강조해요. 실제로 돌고래의 청각과 생리에 관한 많은 지식이 사육 개체 연구에서 나왔어요. 그래서 최근에는 공연을 없애고, 남은 개체를 위해 바다의 일부를 막아 만든 ‘바다 쉼터(보호구역)’로 옮기는 방안이 여러 나라에서 논의되고 있어요. 한국도 법 개정으로 새로운 고래류 보유와 올라타기·만지기 같은 체험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바뀌었어요.
개인이 돌고래를 기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뿐 아니라 대부분의 나라에서 불법이에요.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기’ 같은 상품도 동물에게 부담을 줄 수 있으니, 야생 관찰 규칙을 지키는 업체를 고르는 것이 바람직해요.
14. 대중문화 속 큰돌고래
그리스 신화에는 돌고래 이야기가 많아요. 술의 신 디오니소스가 자신을 납치하려던 해적들을 돌고래로 바꿨다는 이야기, 시인 아리온이 바다에 던져졌을 때 그의 노래에 감동한 돌고래가 등에 태워 구해 줬다는 이야기가 대표적이에요. 별자리 돌고래자리도 이런 전설과 연결돼요. 고대 그리스의 동전과 모자이크에도 돌고래가 자주 등장해요.
20세기에는 TV 시리즈와 영화가 ‘사람을 돕는 똑똑한 돌고래’ 이미지를 굳혔어요. 이 이미지 덕분에 돌고래 보호 여론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돌고래 쇼 산업이 커지는 원인이 되기도 했어요. 반대로 일본의 돌고래 몰이 사냥을 다룬 2009년 다큐멘터리 영화는 수족관 산업과 돌고래 포획 문제를 세계적인 논쟁거리로 만들었어요.
스포츠에서는 미국 프로미식축구 팀 마이애미 돌핀스가 유명하고, 한국 기업이나 지방자치단체의 마스코트에도 돌고래가 자주 쓰여요. 웃는 듯한 얼굴 때문에 각종 캐릭터와 이모지에서 ‘친근한 바다 동물’의 상징이 되었어요. 다만 돌고래의 입 모양은 감정과 상관없이 늘 같아서, ‘웃는 얼굴’이 행복하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해요.
15. 여담
- 돌고래의 꼬리지느러미에는 뼈가 없어요. 단단한 결합 조직으로 되어 있고, 사람 다리처럼 위아래로 움직여 추진력을 얻어요. 물고기 꼬리가 좌우로 움직이는 것과 반대예요.
- 큰돌고래의 새끼는 태어난 뒤 몇 주 동안 거의 잠을 자지 않고, 어미도 그 기간 동안 깊은 휴식을 줄인다는 연구가 있어요.
- 고래류에게 ‘돌고래’와 ‘고래’는 분류학적인 구분이 아니에요. 대체로 몸길이 4m 이하의 작은 이빨고래를 돌고래라고 부르는 관습적인 표현이에요. 그래서 범고래도 사실 참돌고래과에 속해요.
- 큰돌고래는 복어류를 살짝 물었다 놓는 행동을 보이기도 하는데, 이를 두고 독소에 취하려는 것이라는 해석이 퍼졌지만 과학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에요.
- 돌고래의 피부는 손으로 만지면 고무처럼 미끈하고 따뜻해요. 그러나 야생 돌고래를 만지는 것은 질병 전파와 스트레스 위험이 있어 많은 나라에서 금지돼요.
- 미국에는 해양 포유류 보호법이 있어 야생 돌고래에게 먹이를 주거나 괴롭히는 행위를 처벌해요.
- 돌고래는 물을 거의 마시지 않고, 먹이 속 수분과 지방을 분해할 때 나오는 물로 필요한 수분을 채워요.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니에요. 포획·거래·사육은 대부분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다친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지역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제주도 돌고래가 큰돌고래인가요?
아니에요. 제주 연안에 사는 돌고래는 가까운 친척인 남방큰돌고래예요. 몸이 조금 작고 주둥이가 길며, 나이가 들면 배에 점무늬가 생겨요. 예전에는 같은 종으로 소개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별개의 종으로 분류돼요.
돌고래는 정말 사람만큼 똑똑한가요?
큰돌고래는 거울 자기 인식, 이름 휘파람, 도구 사용 등 뛰어난 인지 능력을 보이지만, ‘사람보다 똑똑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부족해요. 바다 환경에 맞게 다른 방향으로 발달한 지능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해요.
야생 돌고래와 함께 수영하거나 먹이를 줘도 되나요?
권하지 않아요. 먹이를 주면 돌고래가 사람에게 구걸하는 습관이 생겨 배에 다치기 쉽고, 가까이 쫓아가면 휴식과 사냥을 방해해요. 많은 나라에서 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니, 거리를 지키는 관찰 업체를 고르는 것이 좋아요.
사진 출처
사진은 위키미디어 공용(Wikimedia Commons)의 자유 이용 허락 사진이에요. 각 사진의 작가와 라이선스는 아래와 같아요.
- Tursiops truncatus 01-cropped.jpg — NASA · Public domain
- 010 Atlantic bottlenose dolphin jumping at Pelican point Photo by Giles Laurent.jpg — Giles Laurent · CC BY-SA 4.0
- Bottlenose Dolphins (1499008891).jpg — Vince Smith from London, United Kingdom · CC BY 2.0
- Cape May dolphin watching.JPG — Smallbones · CC0
- Dauphins antibes.jpg — Andreas Ahrens · CC BY 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