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물가에 반쯤 몸을 담근 채 아무 표정 없이 앉아 있고, 그 등 위에는 새나 원숭이가 태연하게 올라타 있는 동물. 카피바라는 세상에서 가장 큰 설치류이면서, 인터넷에서는 ‘세상에서 가장 느긋한 동물’로 유명해요. 쥐, 다람쥐, 기니피그와 같은 설치류지만 다 자라면 몸무게가 50kg 안팎으로 큰 개만 해요.
카피바라는 남아메리카의 강, 호수, 늪, 계절에 따라 물에 잠기는 초원에 살아요.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있어서 헤엄을 잘 치고, 위험할 때는 물속으로 뛰어들어 몇 분 동안 숨어 있을 수 있어요. 수십 마리가 무리를 지어 풀을 뜯으며 살고, 하루에 수 킬로그램의 풀을 먹어요.
카피바라는 기니피그와 같은 천축서과에 속해요. 실제로 생김새를 보면 거대한 기니피그 같은 느낌이 있어요. 남아메리카 사람들에게는 오래전부터 고기와 가죽을 주는 동물이었고, 지금도 일부 나라에서는 사냥과 사육의 대상이에요.
최근에는 다른 동물과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 온천에 몸을 담근 모습 등이 퍼지면서 세계적인 인기 동물이 되었어요. 그 인기 때문에 반려동물이나 체험 카페 동물로 찾는 사람도 늘었지만, 카피바라는 넓은 물가와 무리가 필요한 야생동물이라 일반 가정에서 기르기 매우 어려워요.
2. 이름과 분류

Giles Laurent · CC BY-SA 4.0
학명은 Hydrochoerus hydrochaeris예요. 속명 Hydrochoerus는 그리스어로 ‘물(hydro)’과 ‘돼지(choiros)’를 합친 말로 ‘물돼지’라는 뜻이에요. 실제로 남아메리카의 여러 지역 이름에도 돼지와 관련된 표현이 들어가는데, 몸통이 둥글고 털이 거친 모습이 돼지를 연상시키기 때문이에요. 물론 돼지와는 아무 관계가 없어요.
‘카피바라’라는 이름은 남아메리카 원주민 투피족의 말에서 왔어요. 흔히 ‘풀을 먹는 자’ 또는 ‘가는 잎의 주인’ 같은 뜻으로 풀이되는데, 정확한 해석은 자료마다 조금씩 달라요. 브라질에서는 ‘카피바라’, 스페인어권에서는 지역에 따라 ‘치구이레’, ‘카르핀초’, ‘론소코’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려요. 한국어로는 영어 이름을 그대로 써서 ‘카피바라’라고 해요.
카피바라는 설치목 호저아목 천축서과(기니피그과) 카피바라아과에 속해요. 예전에는 카피바라만의 독립된 과로 분류했지만, 유전자 연구에서 기니피그과 안에 들어간다는 결과가 나와 지금은 기니피그과의 일원으로 보는 경우가 많아요. 기니피그 외에도 남아메리카의 마라(파타고니아토끼), 바위천축서 등이 가까운 친척이에요.
2.1. 작은카피바라
카피바라속에는 두 종이 있어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카피바라(큰카피바라)와, 파나마, 콜롬비아 북서부, 베네수엘라 서부에 사는 작은카피바라(Hydrochoerus isthmius)예요. 작은카피바라는 이름처럼 몸집이 작아 몸무게가 30kg 안팎이고, 1990년대 이후 별도의 종으로 인정되었어요. 작은카피바라는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지 않아 생태와 개체 수에 대해 알려진 것이 적어요.
| 종 | 학명 | 분포 | 몸무게 |
|---|---|---|---|
| 카피바라 | H. hydrochaeris | 안데스 동쪽 남아메리카 대부분 | 약 35~66kg |
| 작은카피바라 | H. isthmius | 파나마, 콜롬비아 북서부, 베네수엘라 서부 | 약 30kg 안팎 |
3. 진화
남아메리카 설치류의 역사는 놀라운 항해 이야기에서 시작돼요. 약 4,000만 년 전, 남아메리카는 다른 대륙과 떨어진 거대한 섬이었어요. 그런데 이 무렵 아프리카에 살던 설치류의 조상이 남아메리카에 나타났어요. 당시에는 두 대륙 사이의 대서양이 지금보다 훨씬 좁았기 때문에, 이 조상들이 홍수에 떠내려간 나무나 식물 덩어리를 타고 바다를 건너왔을 것이라는 ‘뗏목 가설’이 가장 유력해요. 남아메리카의 원숭이도 비슷한 방식으로 건너왔다고 여겨져요.
바다를 건너온 이 조상에게서 호저, 친칠라, 아구티, 기니피그, 카피바라 등 다양한 남아메리카 설치류가 생겨났어요. 이들을 통틀어 ‘카비오모르프’라고 불러요. 경쟁자가 적은 대륙에서 이들은 놀라울 만큼 다양해졌고, 일부는 거대해졌어요. 수백만 년 전 남아메리카에는 몸무게가 수백 kg에서 1톤에 가까웠을 것으로 추정되는 거대 설치류도 살았어요. 다만 이런 거대 설치류들은 카피바라의 직접 조상이 아니라 다른 계통에 속해요.
카피바라 계통은 기니피그과 안에서 진화했어요. 약 1,000만 년 전 무렵부터 카피바라와 가까운 화석 동물들이 나타났고, 일부는 지금의 카피바라보다 컸어요. 약 300만 년 전 남북 아메리카가 파나마 지협으로 연결되자 카피바라 무리 일부가 북아메리카까지 퍼져 나갔는데, 이 북아메리카 카피바라들은 빙하기 이후 멸종했어요.
4. 분포와 서식지

카피바라는 안데스산맥 동쪽의 남아메리카 대부분에 살아요. 북쪽으로는 파나마 동부와 콜롬비아, 베네수엘라에서 남쪽으로는 아르헨티나 북동부와 우루과이까지 분포해요. 브라질은 카피바라가 가장 많이 사는 나라 가운데 하나예요.
카피바라에게 가장 중요한 조건은 물이에요. 강가, 호숫가, 늪, 습지, 맹그로브 숲 근처에 살고, 물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는 거의 가지 않아요. 특히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의 ‘야노스’와 브라질 서부의 ‘판타나우’처럼 우기에 넓게 물에 잠기는 초원이 카피바라의 천국이에요. 물이 있어야 더위를 식히고, 포식자를 피하고, 짝짓기도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카피바라는 사람이 만든 환경에도 잘 적응해요. 브라질 상파울루 같은 대도시의 강변 공원, 저수지, 골프장, 농장 근처에서도 무리를 쉽게 볼 수 있어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에서는 원래 습지였던 곳에 고급 주택 단지가 들어서자 카피바라가 정원과 잔디밭에 몰려들어 주민과 갈등을 빚은 일이 세계적인 뉴스가 되기도 했어요.
원래 서식지가 아닌 곳에 정착한 사례도 있어요.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사육장에서 탈출한 것으로 보이는 카피바라가 야생에서 관찰되어, 외래종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어요.
5. 신체 특징
카피바라는 몸통이 통처럼 둥글고 다리가 짧으며, 꼬리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요.
| 항목 | 수치 |
|---|---|
| 몸길이 | 약 1.06~1.34m |
| 어깨높이 | 약 50~62cm |
| 몸무게 | 약 35~66kg, 드물게 그 이상 |
| 갓 태어난 새끼 | 약 1.5~2kg |
| 앞발가락 | 4개, 물갈퀴 있음 |
| 뒷발가락 | 3개, 물갈퀴 있음 |
| 이빨 | 20개, 평생 자람 |
암컷이 수컷보다 조금 더 무거운 경향이 있어요. 남쪽 지역의 카피바라가 북쪽보다 큰 편이에요.
털은 길고 거칠며 듬성듬성해서 피부가 비쳐 보이고, 붉은 갈색에서 회갈색까지 색이 다양해요. 털이 성기기 때문에 햇볕에 피부가 상하기 쉬워서, 진흙에서 뒹굴어 피부를 보호하기도 해요. 땀샘이 거의 없어서 더위를 식히려면 물이나 그늘이 꼭 필요해요.
머리는 크고 뭉툭하며, 눈, 귀, 콧구멍이 모두 머리 위쪽에 나란히 붙어 있어요. 하마나 악어처럼 몸 대부분을 물에 담근 채 눈과 코만 내놓고 숨 쉬고 주변을 볼 수 있는 구조예요. 앞니는 끌처럼 단단하고 평생 자라서, 풀을 계속 씹어 닳게 만들어야 해요. 어금니도 평생 자라는 것이 특징이에요.
5.1. 냄새샘
다 자란 수컷의 코 위에는 털이 없고 볼록하게 튀어나온 검은 부위가 있어요. 이것을 ‘모리요’라고 부르는데, 끈적한 분비물을 내는 냄새샘이에요. 수컷은 이 부위를 풀이나 나무에 문질러 자기 냄새를 남기고, 우두머리 수컷일수록 모리요가 크게 발달해요. 엉덩이 쪽에도 항문샘이 있어서, 개체마다 고유한 냄새를 가지고 있어요.
6. 생태와 습성

Charles J. Sharp · CC BY-SA 4.0
카피바라는 사회적인 동물이에요. 보통 10~20마리 정도가 무리를 이루는데, 건기에 물이 남은 곳으로 동물들이 몰리면 수십 마리에서 100마리 넘게 모이기도 해요. 무리는 우두머리 수컷 한 마리와 여러 암컷, 새끼, 그리고 지위가 낮은 수컷들로 구성돼요. 우두머리 수컷은 다른 수컷을 쫓아내며 짝짓기 기회를 독차지하려 하고, 하위 수컷은 무리 가장자리에서 지내요.
하루 일과는 날씨에 따라 달라요. 기온이 높은 한낮에는 물속이나 그늘에서 쉬고, 이른 아침과 늦은 오후, 저녁에 주로 풀을 뜯어요. 사람의 방해가 심한 곳에서는 밤에 주로 활동하는 습성을 보이기도 해요. 잠은 짧게 여러 번 나눠 자고, 물속에서 코만 내놓고 졸기도 해요.
카피바라는 헤엄을 아주 잘 쳐요. 위험을 느끼면 물로 뛰어들고, 물속에서 5분 정도 숨을 참을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물속 수초 사이에 숨어 코만 수면 위로 내놓고 위험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기도 해요.
카피바라는 다른 동물과의 관계가 특별해요. 흰목물떼새, 소찌르레기, 카라카라 같은 새들이 카피바라의 등에 올라타 피부의 진드기와 벌레를 잡아먹는데, 카피바라는 가만히 누워 몸을 맡겨요. 이처럼 서로 이익을 주고받는 관계가 많아서 ‘동물들의 의자’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어요. 다만 카피바라가 모든 동물과 친하다는 이미지는 다소 과장된 것이고, 위협을 느끼면 짖는 듯한 소리를 내고 물기도 해요.
7. 먹이
카피바라는 초식동물로, 주로 물가의 풀과 수생 식물을 먹어요. 우기에는 신선한 풀이 풍부해서 몇 종류의 영양가 높은 풀을 골라 먹고, 건기에는 질긴 풀, 갈대, 나무껍질, 과일, 곡물 등 더 다양한 것을 먹어요. 농장 근처에서는 사탕수수, 옥수수, 벼, 멜론 같은 작물을 먹어 농민과 갈등을 빚기도 해요. 다 자란 카피바라는 하루에 약 3~3.5kg의 풀을 먹는다고 알려져 있어요.
풀은 영양가가 낮고 셀룰로스가 많아 소화가 어려워요. 그래서 카피바라는 두 가지 방법을 써요. 하나는 큰창자의 일부인 맹장에 사는 미생물이 풀을 발효시켜 영양분을 만드는 거예요. 다른 하나는 ‘식분’, 즉 자기 똥을 다시 먹는 거예요. 맹장에서 만들어진 특별한 부드러운 똥에는 미생물이 만든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해서, 이것을 다시 먹어 영양을 흡수해요. 카피바라는 보통 이른 아침에 이 똥을 먹어요. 토끼나 기니피그도 같은 방식을 써요.
카피바라는 소처럼 먹은 것을 게워 내 다시 씹는 행동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그만큼 질긴 풀에서 최대한 영양을 뽑아내려는 적응이에요. 카피바라도 사람처럼 비타민 C를 몸에서 만들지 못해서, 신선한 식물에서 얻어야 해요. 사육 상태에서 비타민 C가 부족하면 잇몸 질환 같은 문제가 생겨요.
8. 번식과 일생

Bernard DUPONT · CC BY-SA 2.0
카피바라는 1년 내내 번식할 수 있지만, 우기가 시작될 무렵 짝짓기가 가장 활발해요. 짝짓기는 물속에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암컷이 짝짓기할 준비가 되면 특유의 휘파람 같은 소리를 내고, 수컷들이 물속에서 암컷을 뒤쫓아요. 우두머리 수컷이 대부분의 짝짓기를 차지하려 하지만, 암컷이 물속으로 들어가 우두머리를 따돌리고 하위 수컷과 짝짓기하는 경우도 많아요.
임신 기간은 약 130~150일이고, 한 번에 평균 4마리, 적게는 1마리에서 많게는 8마리까지 낳아요. 보통 1년에 한 번 출산하지만, 조건이 좋으면 두 번 낳기도 해요. 출산은 무리에서 조금 떨어진 덤불 속에서 하고, 며칠 뒤 새끼를 데리고 무리로 돌아와요.
| 단계 | 나이 | 특징 |
|---|---|---|
| 신생아 | 0~1주 | 털과 이빨이 다 난 상태로 태어나 몇 시간 안에 걷고 헤엄침 |
| 수유기 | 1주~4개월 | 젖과 풀을 함께 먹음, 무리의 여러 암컷에게 젖을 얻어먹기도 함 |
| 청소년기 | 4개월~1년 | 무리 안에서 또래와 함께 생활 |
| 성적 성숙 | 약 15개월~2년 | 몸무게 30kg 정도에서 번식 가능 |
| 성체 | 2년 이후 | 하위 수컷은 무리를 떠나기도 함 |
카피바라 새끼는 태어날 때부터 눈을 뜨고 털이 나 있으며, 며칠 안에 풀을 뜯기 시작할 정도로 성숙해요. 무리의 암컷들이 함께 새끼를 돌보고, 자기 새끼가 아니어도 젖을 먹이는 경우가 있어요. 새끼들은 무리 안에서 함께 모여 지내며 보호를 받아요.
야생에서의 수명은 보통 8~10년 정도인데, 포식자와 사냥 때문에 실제로는 그보다 짧은 경우가 많아요. 사육 상태에서는 12년 안팎까지 살기도 해요.
9. 지능·의사소통·특별한 능력
카피바라는 소리로 활발하게 의사소통해요. 새끼가 어미를 따라다니며 내는 가르랑거리는 소리, 만족했을 때 내는 클릭 같은 소리, 무리끼리 위치를 확인하는 휘파람 소리, 그리고 위험을 알리는 짧고 날카로운 짖는 소리가 있어요. 짖는 소리가 나면 무리 전체가 경계하거나 물로 뛰어들어요. 갈등이 생기면 이를 딱딱 부딪치는 소리를 내며 상대를 위협해요.
냄새도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이에요. 수컷의 코 위 냄새샘과 엉덩이의 항문샘에서 나오는 분비물로 개체를 구별하고, 무리의 영역을 표시해요. 항문샘 분비물의 성분은 개체마다 달라서, 일종의 ‘냄새 신분증’ 역할을 한다는 연구가 있어요.
카피바라가 다른 동물과 사이좋게 지내는 이유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어요. 카피바라는 몸집이 커서 작은 동물에게 위협을 덜 느끼고, 초식동물이라 다른 동물을 공격할 이유가 적으며, 진드기를 없애 주는 새와는 서로 이익을 주고받는 관계예요. 이런 요인들이 합쳐져 ‘느긋한 동물’이라는 이미지가 생긴 것으로 보여요. 하지만 야생 카피바라는 포식자에게 늘 경계를 늦추지 않는 예민한 동물이기도 해요.
10. 천적과 생존

카피바라는 남아메리카 생태계에서 많은 포식자의 중요한 먹이예요. 가장 대표적인 천적은 재규어로, 판타나우 같은 곳에서는 카피바라가 재규어 먹이의 큰 부분을 차지해요. 퓨마, 오실롯도 카피바라를 사냥하고, 물속에서는 카이만과 아나콘다가 위협이에요. 새끼는 하피수리 같은 대형 맹금류, 여우, 들개에게도 공격받아요.
카피바라의 가장 중요한 방어 수단은 물이에요. 육지에서는 재규어가, 물에서는 카이만이 위협이라 두 환경 사이를 오가며 상황에 맞게 피해요. 무리 생활도 도움이 돼요. 여러 마리가 함께 있으면 포식자를 더 빨리 발견하고, 경계음을 들은 무리가 한꺼번에 물로 뛰어들면 포식자가 한 마리를 노리기 어려워요. 새끼들은 무리 가운데에 두고 보호해요.
위험할 때 카피바라는 시속 35km 정도까지 짧게 달릴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몸이 둔해 보여도 위기 상황에서는 꽤 빠르게 움직여요.
11. 인간과의 관계
남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오래전부터 카피바라를 사냥해 고기와 가죽을 얻었어요. 유럽인이 들어온 뒤에도 카피바라 사냥은 계속되었고, 지금도 베네수엘라, 콜롬비아,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에서 카피바라는 중요한 자원이에요.
가장 유명한 이야기는 베네수엘라의 사순절 전통이에요. 가톨릭에서는 사순절 기간에 육류를 먹지 않는 전통이 있었는데, 물에서 사는 카피바라를 물고기처럼 여겨 이 기간에도 먹을 수 있다고 허락받았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16~18세기 무렵 성직자들이 로마 교황청에 문의했다는 설명이 많지만, 구체적인 문서나 시기에 대해서는 자료마다 차이가 있어요. 어쨌든 지금도 베네수엘라에서는 부활절 무렵 소금에 절여 말린 카피바라 고기를 먹는 풍습이 있어요.
아르헨티나에서는 카피바라 가죽(카르핀초 가죽)이 부드럽고 튼튼해서 장갑, 가방, 신발 등 고급 가죽 제품에 쓰여요.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의 야노스에서는 목장에서 카피바라를 관리하며 일정량을 수확하는 방식이 운영되어 왔는데, 야생 개체군을 지속 가능하게 이용하는 사례로 연구되기도 했어요. 다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남획으로 이어질 수 있어요.
카피바라와 사람 사이에는 갈등도 있어요. 농작물을 먹어 피해를 주고, 브라질에서는 카피바라 몸에 붙어 사는 진드기가 ‘브라질 홍반열’이라는 치명적인 감염병을 옮기는 것으로 알려져 공중보건 문제가 되었어요. 도시 공원에 카피바라가 늘어나면서 이 질병의 위험이 커졌다는 연구도 있어요.
12. 보전 현황
카피바라는 IUCN 적색목록에서 관심대상(LC)으로 평가되어 있어요. 분포 범위가 넓고, 번식력이 좋으며, 사람이 바꾼 환경에도 잘 적응해 전체적으로 개체 수가 안정적이기 때문이에요. 정확한 전 세계 개체 수 추정치는 없지만, 브라질과 베네수엘라 등에서는 매우 흔한 동물이에요.
하지만 지역에 따라 상황이 달라요.
- 남획: 고기와 가죽을 얻기 위한 무분별한 사냥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개체 수가 크게 줄었어요. 특히 베네수엘라에서는 경제 위기 시기에 식량 부족으로 사냥이 늘었다는 보도가 있었어요.
- 서식지 변화: 습지를 메우거나 물을 빼는 개발이 서식지를 줄여요. 반면 농장과 목초지 확대가 오히려 카피바라에게 풀을 제공해 개체 수가 늘어난 지역도 있어요.
- 도로와 도시화: 도시 주변에서는 차량 충돌이 늘고 있어요.
작은카피바라는 연구가 부족해 IUCN에서 정보부족(DD)으로 평가되어 있어요. 카피바라는 CITES 부속서에 올라 있지 않아요. 한국에서는 별도의 보호종 지정은 없지만, 2023년 개정된 법령에 따라 동물원·수족관이 아닌 곳에서 살아 있는 야생동물을 전시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금지되어, 카피바라 체험 카페 같은 시설도 유예 기간 이후 운영이 제한돼요. 세부 내용은 관련 법령을 확인하는 것이 좋아요.
13. 동물원에서와 반려동물 문제
카피바라는 동물원에서 비교적 잘 적응하는 동물이에요. 성격이 온순하고 다른 동물과 함께 지낼 수 있어서, 남아메리카관에서 마라, 테이퍼, 새, 원숭이 등과 함께 사는 혼합 전시가 많아요. 좋은 사육 시설은 카피바라가 몸을 완전히 담글 수 있는 깊은 물웅덩이, 햇볕을 피할 그늘, 진흙 목욕 장소, 그리고 무리를 이룰 수 있는 충분한 동료를 제공해요. 일본의 일부 동물원에서는 겨울에 카피바라를 따뜻한 물에 들어가게 하는 모습이 유명해져, ‘온천 카피바라’라는 이미지가 퍼지기도 했어요.
카피바라를 반려동물로 기르는 것은 매우 어려워요.
- 50kg 가까이 자라는 대형 동물이고, 넓은 야외 공간이 필요해요.
- 몸을 담글 수 있는 큰 수영장이나 연못이 꼭 있어야 해요. 물이 없으면 피부병과 더위로 고통받아요.
- 무리 동물이라 혼자 기르면 외로움과 스트레스를 겪어요.
- 평생 자라는 이빨 때문에 풀을 계속 먹어야 하고, 신선한 건초와 풀을 대량으로 공급해야 해요.
- 비타민 C 결핍, 피부병, 치아 문제가 생기기 쉽고, 진료할 수 있는 수의사를 찾기 어려워요.
- 겁을 먹거나 번식기에는 물 수 있고, 앞니가 매우 날카로워요.
미국 일부 주에서는 허가를 받으면 카피바라를 기를 수 있지만, 금지된 주도 많아요. 한국에서는 한때 카피바라를 만지고 먹이를 주는 체험 카페가 유행했는데, 실내 공간에서 물웅덩이 없이 지내거나 많은 사람에게 계속 만져지는 환경은 카피바라에게 큰 스트레스가 될 수 있어요. 귀여운 영상 속 모습과 달리, 카피바라에게 필요한 것은 넓은 물가와 동료예요.
14. 대중문화 속 카피바라
카피바라는 2020년대 인터넷 밈의 주인공이 되었어요. 무표정한 얼굴로 원숭이, 새, 고양이, 거북, 심지어 악어 옆에 앉아 있는 사진이 ‘모두와 친구인 동물’, ‘평온함의 화신’ 같은 설명과 함께 퍼졌어요. 머리 위에 귤이나 유자를 올리고 온천에 몸을 담근 모습은 특히 인기가 많아요. 2020년대 초에는 카피바라가 등장하는 짧은 영상과 배경 음악이 SNS에서 크게 유행했고, 카피바라를 모티브로 한 인형, 문구, 게임 캐릭터가 쏟아져 나왔어요.
일본에서는 2000년대부터 카피바라를 모델로 한 캐릭터가 인기를 끌었고, 겨울에 온천에 들어가는 카피바라 모습이 매년 뉴스에 소개될 정도로 친숙한 동물이 되었어요. 한국에서도 ‘카피바라 같은 사람’이라는 말이 어떤 상황에서도 동요하지 않는 차분한 성격을 칭찬하는 표현으로 쓰이기도 해요.
남아메리카에서 카피바라는 지역의 상징이에요.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일부 지역 축구팀이나 학교 마스코트로 쓰이고, 우루과이에서는 동전에 카피바라가 새겨지기도 했어요. 아르헨티나의 주택 단지에 몰려든 카피바라 이야기는 ‘카피바라가 부자들에게서 땅을 되찾는다’는 농담과 함께 정치적인 밈으로 소비되기도 했어요.
15. 여담
- 카피바라는 물속에서도 잠을 잘 수 있어요. 코만 수면 위로 내놓고 졸아요.
- 카피바라의 이빨은 앞니와 어금니 모두 평생 자라요. 그래서 계속 풀을 씹어 닳게 해야 해요.
- 카피바라의 똥은 올리브처럼 길쭉하고 매끈한 모양인데, 물속에서 배설하는 경우도 많아요.
- 땀샘이 거의 없어 더위에 약하고, 기온이 높으면 물속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요.
- 카피바라의 가장 가까운 현생 친척 가운데 하나가 반려동물로 흔히 기르는 기니피그예요. 몸무게 차이는 50배가 넘어요.
- 카피바라는 발굽처럼 생긴 단단한 발톱을 가지고 있어서, 발자국이 작은 사슴이나 돼지 발자국과 헷갈리기도 해요.
- 브라질의 일부 도시에서는 카피바라가 도시 하천에서도 흔해서, 강변 산책로에서 사람과 카피바라가 나란히 지나가는 풍경을 볼 수 있어요.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니에요. 포획·거래·사육은 대부분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다친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지역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카피바라는 정말 모든 동물과 친한가요?
다른 동물을 공격할 이유가 적은 초식동물이고 진드기를 잡아 주는 새와는 서로 돕는 관계라 느긋해 보이지만, ‘모두와 친구’라는 이미지는 과장된 면이 있어요. 위협을 느끼면 짖는 소리를 내고 물기도 해요.
카피바라와 기니피그는 친척인가요?
네. 카피바라는 기니피그과(천축서과)에 속하는 가까운 친척이에요. 몸무게 차이는 50배가 넘지만, 생김새와 소화 방식에 닮은 점이 많아요.
카피바라를 반려동물로 기를 수 있나요?
매우 어려워요. 50kg 가까이 자라고, 몸을 담글 수 있는 큰 물웅덩이와 넓은 야외 공간, 함께 지낼 동료가 필요해요. 혼자 실내에서 기르면 피부병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기 쉬워요.
사진 출처
사진은 위키미디어 공용(Wikimedia Commons)의 자유 이용 허락 사진이에요. 각 사진의 작가와 라이선스는 아래와 같아요.
- Capybaracropped.jpg — Giles Laurent · CC BY-SA 4.0
- 055 Capybara swimming in Encontro das Águas State Park Photo by Giles Laurent.jpg — Giles Laurent · CC BY-SA 4.0
- Capivara(Hydrochoerus hydrochaeris).jpg — Clodomiro Esteves Junior · CC BY-SA 4.0
- Capybara (Hydrochoerus hydrochaeris) alpha male.JPG — Charles J. Sharp · CC BY-SA 4.0
- Capybaras (Hydrochoerus hydrochaeris) grazing in the evening.jpg — Bernard DUPONT · CC BY-SA 2.0
- Cattle tyrant (Machetornis rixosa) on Capybara.jpg — Charles J. Sharp · CC BY-SA 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