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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 Octopus vulgaris

뼈 없는 몸과 여덟 개의 팔, 세 개의 심장, 푸른 피를 가진 두족류예요. 미로를 풀고 병뚜껑을 열며 사람 얼굴도 알아보는, 가장 똑똑한 무척추동물로 꼽혀요.

신경 세포의 약 3분의 2가 팔에 있어요1초도 안 돼 몸 색과 피부 질감을 바꿔요심장 셋, 구리 성분의 푸른 피암컷은 알을 지키다 부화 무렵 죽어요부리보다 조금만 큰 틈이면 빠져나가요

1. 개요

뼈 하나 없는 말랑한 몸, 빨판이 줄지어 달린 여덟 개의 팔, 순식간에 바뀌는 피부 색과 무늬, 세 개의 심장과 푸른 피. 문어는 지구 생명체 가운데 가장 '외계인 같은' 동물로 자주 불려요. 그러면서도 미로를 풀고, 병뚜껑을 돌려 열고, 사람 얼굴을 알아보는 놀라운 지능을 보여 줘서, 척추동물이 아닌 동물 가운데 가장 똑똑한 동물로 꼽혀요.

문어는 오징어, 갑오징어, 앵무조개와 함께 두족류(頭足類)에 속하는 연체동물이에요. 조개와 달팽이의 먼 친척이지만, 껍데기를 버리고 빠르고 영리한 포식자로 진화한 무리예요. 전 세계 바다에 문어목에 속하는 종이 300종 가까이 살고, 얕은 갯바위부터 수천 미터 깊이의 심해까지 거의 모든 바다 환경에 퍼져 있어요.

이 문서는 세계에서 가장 많이 연구된 문어인 참문어(common octopus, Octopus vulgaris)를 대표로 삼아 문어 무리 전반을 함께 다뤄요. 한국에서 그냥 '문어'라고 하면 보통 동해안에서 잡히는 대형종인 대문어(Enteroctopus dofleini)를 가리키고, 남해안과 제주에서 잡히는 작은 문어를 참문어라고 불러요. 두 종의 차이와 한국의 문어 문화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뤄요.

문어는 대부분 1~2년, 큰 종도 3~5년 정도밖에 살지 못하는 짧은 삶을 살아요. 평생 한 번 번식하고, 암컷은 알을 지키다가 새끼가 깨어날 무렵 생을 마쳐요. 이렇게 짧은 삶 속에서 어떻게 그토록 높은 지능이 진화했는지는 과학자들에게도 큰 수수께끼예요.

문어는 한국과 지중해, 일본, 중남미 등 세계 곳곳에서 중요한 수산 자원이자 식재료예요. 최근에는 문어의 지능과 고통을 느끼는 능력이 알려지면서, 문어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윤리적 논의도 활발해지고 있어요.

2. 이름과 분류

문어
Martijn Klijnstra · CC BY-SA 4.0

2.1. 학명과 어원

참문어의 학명은 Octopus vulgaris예요. 1797년 프랑스 박물학자 조르주 퀴비에가 기재했어요. Octopus는 그리스어로 '여덟'을 뜻하는 okto와 '발'을 뜻하는 pous를 합친 말이고, vulgaris는 라틴어로 '흔한, 보통의'라는 뜻이에요. 영어 octopus의 복수형으로는 octopuses가 가장 널리 쓰이고, 라틴어식으로 착각해 만든 octopi도 흔히 쓰여요. 그리스어 어원을 따른 octopodes도 있지만 거의 쓰이지 않아요.

한국어 '문어(文魚)'는 '글월 문' 자를 쓴 이름이에요. 먹물을 뿜는다는 데서 글을 쓰는 먹을 떠올렸다는 설, 둥근 머리가 선비의 머리를 닮았다는 설 등이 전해져요. 이 이름 덕분에 문어는 예로부터 학문과 선비를 상징하는 물고기로 대접받았어요. 같은 문어 무리에 속하는 '낙지'와 '주꾸미'는 순우리말 이름으로 여겨져요.

2.2. 분류와 친척들

문어는 연체동물문 두족강의 문어목(Octopoda)에 속해요. 문어목은 크게 두 무리로 나뉘어요. 우리가 흔히 아는 문어들이 속한 '무지느러미 문어' 무리와, 심해에 살며 머리 양옆에 귀처럼 생긴 지느러미가 달린 '지느러미 문어' 무리(덤보문어 등)예요.

한국과 관련 있는 문어목 동물은 다음과 같아요.

한국어 이름학명특징
대문어(동해 문어)Enteroctopus dofleini북태평양 대형종, 한국에서 그냥 '문어'라 하면 대개 이 종
참문어Octopus sinensis (전통적으로 O. vulgaris로 분류)남해·제주, 몸길이 60cm 안팎
낙지Octopus minor (Callistoctopus minor로 분류하기도 함)갯벌에 굴을 파고 삶, 팔이 가늘고 김
주꾸미Amphioctopus fangsiao작은 문어, 봄철 알배기가 유명
왜문어 등여러 종남해와 제주에 사는 소형 문어류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어요. 동아시아의 참문어는 오랫동안 지중해와 대서양의 Octopus vulgaris와 같은 종으로 여겨졌어요.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유전자 연구에서 동아시아 집단이 별개의 종이라는 결과가 나와, 이를 Octopus sinensis로 구분하자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어요. 그래서 한국의 참문어를 엄밀히 말하면 O. sinensis로 보는 것이 최근 경향이에요. 이처럼 Octopus vulgaris는 실제로는 여러 종이 섞인 '종 복합체'라는 견해가 많아요. 이 문서에서 참문어에 대해 소개하는 생물학적 특징은 주로 지중해와 대서양의 O. vulgaris 연구에서 나온 것이고, 동아시아 참문어도 대부분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요.

대문어는 세계에서 가장 크게 자라는 문어 가운데 하나예요. 영어로는 북태평양 거대문어(Giant Pacific octopus)라고 불러요. 한국 동해안, 일본 북부, 러시아 극동, 알래스카, 캐나다, 미국 서해안에 걸쳐 차가운 바다에 살아요.

3. 진화

두족류의 조상은 5억 년 전쯤 캄브리아기 무렵 나타난, 원뿔 모양 껍데기를 가진 연체동물이었어요. 이들은 껍데기 안에 기체를 채워 물에 뜰 수 있게 되면서 바닥을 기던 생활에서 벗어나 물속을 떠다니는 포식자가 됐어요. 고생대와 중생대 바다를 지배한 암모나이트, 그리고 오늘날까지 살아남은 앵무조개가 껍데기를 유지한 두족류의 대표예요.

문어와 오징어, 갑오징어를 포함하는 '초형류(콜레오이드)'는 껍데기를 몸속으로 집어넣거나 거의 없애는 방향으로 진화했어요. 껍데기를 포기하면서 보호막은 잃었지만, 대신 빠른 속도, 유연한 몸, 정교한 위장, 그리고 뛰어난 감각과 지능을 얻었어요. 많은 학자들은 껍데기라는 갑옷이 사라지자 포식자를 피하고 먹이를 잡기 위해 똑똑해져야 했다는 점이 두족류 지능 진화의 원동력이었다고 봐요.

문어 무리와 오징어 무리가 갈라진 시기는 대략 2억 7,000만 년 전 전후로 추정되지만, 연구마다 차이가 커요. 문어는 몸이 말랑해서 화석이 거의 남지 않아요. 그래도 레바논의 약 9,500만 년 전 백악기 지층에서는 팔과 먹물 주머니의 흔적까지 남은 문어 화석이 발견돼, 이 무렵에 이미 오늘날과 비슷한 모습의 문어가 살았다는 것을 보여 줘요. 미국 일리노이주의 약 3억 년 전 지층에서 발견된 화석이 가장 오래된 문어 친척이라는 주장도 있었지만, 이후 재검토에서는 다른 두족류일 가능성이 제기됐어요.

2015년에는 캘리포니아 두점박이문어(Octopus bimaculoides)의 유전체가 처음 해독됐어요. 이 연구에서 문어가 신경 발달과 관련된 유전자 무리를 크게 늘려 왔다는 사실이 확인됐어요. 또 2017년 무렵 연구에서는 문어를 포함한 초형류가 유전자에서 만들어진 RNA를 '편집'해 단백질을 바꾸는 일을 아주 많이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특히 신경계 단백질에서 이런 편집이 활발한데, 이것이 수온 변화에 적응하거나 신경 기능을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어요.

흥미롭게도 문어의 눈과 사람의 눈은 생김새와 기능이 놀라울 만큼 비슷하지만, 서로 완전히 따로 진화했어요. 이는 수렴 진화의 대표적인 사례로 자주 소개돼요.

4. 분포와 서식지

문어
H. Zell · CC BY-SA 3.0

참문어(O. vulgaris 복합체)는 넓은 의미로 보면 지중해, 동대서양(영국 남부에서 아프리카 서부까지), 서대서양 일부 등 온대와 열대의 연안 바다에 살아요. 동아시아의 참문어(O. sinensis)는 한국 남해안과 제주, 일본, 중국, 대만 연안에 살아요.

참문어는 주로 수심 100미터보다 얕은 연안의 바위 지대, 산호초, 해초밭, 모래와 자갈이 섞인 바닥에 살아요. 바위 틈이나 굴, 버려진 조개껍데기, 사람이 버린 병이나 깡통 같은 곳을 은신처로 삼아요. 은신처 입구에 먹고 남은 조개껍데기와 게 껍데기, 돌멩이를 쌓아 두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쓰레기 더미'를 보고 문어 굴을 찾을 수 있어요. 문어는 은신처 입구를 돌이나 껍데기로 막아 문을 닫듯 숨기도 해요.

대문어는 훨씬 차가운 바다를 좋아해요. 북태평양의 수온 대략 섭씨 5~12도 정도의 바다에서, 조간대부터 수심 수백 미터까지 살아요. 한국에서는 강원도와 경북 동해안이 대문어의 주요 어장이에요.

문어 무리 전체로 보면 서식 범위는 놀라울 만큼 넓어요.

  • 열대 산호초: 흉내문어, 파란고리문어 등 다양한 소형종
  • 온대 바위 해안: 참문어, 대문어
  • 갯벌: 낙지처럼 진흙 속에 굴을 파는 종
  • 먼바다 중층: 투명한 몸을 가진 유리문어 등
  • 심해: 수천 미터 깊이에 사는 덤보문어. 7,000미터 가까운 깊이에서 관찰된 기록도 있어요.
  • 극지: 남극해에도 여러 종의 문어가 살아요.

대부분의 문어는 짠 바닷물에서만 살 수 있고, 민물이나 염분이 낮은 하구에는 거의 살지 않아요.

5. 신체 특징

문어의 몸은 크게 외투막(흔히 '머리'라고 부르는 둥근 부분), 머리, 팔로 나뉘어요. 우리가 문어 머리라고 부르는 둥근 주머니는 사실 머리가 아니라 내장이 들어 있는 몸통(외투막)이에요. 진짜 머리는 눈이 달린 부분으로, 팔과 몸통 사이에 있어요. 두족류라는 이름도 '머리에 발이 달린 동물'이라는 뜻이에요.

항목참문어 (O. vulgaris)대문어 (E. dofleini)
외투막 길이약 15~25cm약 30~60cm
전체 길이보통 60cm~1m, 최대 약 1.3m팔을 펼친 폭 보통 3m 안팎, 최대 4m 이상 보고
무게보통 1~3kg, 최대 10kg 안팎보통 10~15kg, 최대 50kg 이상 기록(70kg대 주장도 있음)
수명약 1~2년약 3~5년
빨판팔마다 2줄, 팔 하나에 약 200~240개팔마다 2줄, 팔 하나에 약 280개 안팎

대문어의 최대 크기는 기록마다 차이가 커요. 수십 킬로그램이 넘는 대형 개체는 실제로 잡힌 기록이 있지만, 100킬로그램이 넘는다는 오래된 주장은 확인되지 않은 경우가 많아요.

5.1. 팔과 빨판

문어의 여덟 팔은 뼈가 없는 근육 덩어리예요. 세로, 가로, 비스듬한 방향의 근육이 정교하게 얽혀 있어서 늘이고, 줄이고, 구부리고, 비틀고, 단단하게 굳히는 등 거의 모든 동작이 가능해요. 이런 구조를 '근육성 수력 골격'이라고 하는데, 코끼리 코나 사람의 혀와 비슷한 원리예요.

팔마다 줄지어 달린 빨판은 단순한 흡착판이 아니에요. 빨판 하나하나가 따로 움직이며 물체를 붙잡고, 그 안에 수많은 감각 세포가 있어서 만지는 것만으로 맛과 냄새, 질감을 느낄 수 있어요. 2020년 무렵 연구에서는 문어 빨판에 쓴맛 같은 화학 물질을 감지하는 특별한 수용체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문어는 바위 틈에 팔을 넣어 보이지 않는 곳에 숨은 먹이를 '맛보며' 찾아낼 수 있어요.

성숙한 수컷의 오른쪽 세 번째 팔(종에 따라 다름) 끝은 '교접완'이라는 특별한 구조로 바뀌어, 정자 주머니를 암컷에게 전달하는 데 쓰여요. 참문어 수컷은 빨판 가운데 몇 개가 유난히 크게 자라는 특징도 있어요. 문어는 팔이 잘려도 다시 자라나는 재생 능력이 있어요.

5.2. 세 개의 심장과 푸른 피

문어에게는 심장이 세 개 있어요. 두 개의 아가미 심장은 각각 아가미로 피를 보내 산소를 받게 하고, 하나의 체심장은 산소를 받은 피를 온몸으로 보내요. 흥미롭게도 문어가 헤엄칠 때는 체심장이 잠시 멈추는 경향이 있어서, 문어는 헤엄치기보다 기어 다니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으로 여겨져요.

문어의 피는 푸른색이에요. 사람의 피는 철이 들어 있는 헤모글로빈 때문에 붉지만, 문어의 피에는 구리가 들어 있는 헤모시아닌이라는 단백질이 산소를 운반해요. 헤모시아닌은 산소와 결합하면 푸른빛을 띠어요. 헤모시아닌은 차갑고 산소가 적은 물에서 산소를 운반하는 데 유리한 면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5.3. 부리, 먹물, 피부

문어의 몸에서 유일하게 단단한 부분은 팔이 모이는 한가운데 입 속에 있는 '부리'예요. 앵무새 부리처럼 생긴 키틴질 부리로 게 껍데기를 깨거나 먹이를 물어뜯어요. 입안에는 '치설'이라는 줄 모양의 혀가 있어서 먹이를 갈아 내요. 부리를 제외하면 뼈가 전혀 없기 때문에, 문어는 자기 부리보다 조금만 큰 틈이라면 어디든 빠져나갈 수 있어요. 큰 대문어도 지름 몇 센티미터의 구멍을 통과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문어는 위험을 느끼면 먹물 주머니에서 짙은 먹물을 뿜어요. 먹물은 시야를 가리는 연막 역할을 할 뿐 아니라, 포식자의 후각을 둔하게 만드는 물질이 들어 있다는 연구도 있어요.

문어 피부에는 색소 주머니인 색소포(크로마토포어)가 수없이 있고, 그 아래에는 빛을 반사하는 홍채세포와 백색세포가 층을 이루고 있어요. 색소포는 근육과 신경으로 직접 조절되기 때문에, 문어는 1초도 안 되는 순간에 몸 색과 무늬를 바꿀 수 있어요. 피부의 '유두돌기'를 세우면 매끈한 피부가 순식간에 울퉁불퉁한 바위나 해조처럼 변해요.

5.4. 눈과 감각

문어의 눈은 크고 정교해서 사람의 눈처럼 수정체와 망막을 갖추고 있어요. 다만 사람 눈과 달리 시신경이 망막 뒤쪽으로 연결돼 있어 '맹점'이 없어요. 문어는 빛의 편광을 구별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대부분의 문어는 색을 구별하는 시각 세포가 한 종류뿐이라 색맹으로 여겨져요. 색맹인 동물이 어떻게 주변 색에 완벽하게 맞춰 위장하는지는 오랜 수수께끼예요. 피부 자체가 빛을 감지한다는 연구, 독특한 모양의 동공이 색 정보를 일부 얻게 해 준다는 가설 등이 제시됐어요.

6. 생태와 습성

Octopus vulgaris
Octopus vulgaris
Albert Kok at Dutch Wikipedia (Original text: Albert Kok) · Public domain

참문어는 대부분 혼자 사는 동물이에요. 각자 자기 굴을 가지고 있으며, 굴 주변을 사냥터로 삼아 먹이를 찾아다녀요. 활동 시간은 종과 지역에 따라 다른데, 참문어는 주로 해 질 녘과 밤, 새벽에 활발하고 낮에는 굴 안에서 쉬는 경우가 많아요. 다만 포식자가 적은 곳에서는 낮에도 활발히 돌아다녀요.

문어는 팔로 바닥을 기어 다니는 것을 가장 좋아해요. 빨리 이동해야 할 때는 외투막 안에 물을 가득 채웠다가 깔때기(누두)로 세차게 뿜어내 로켓처럼 뒤로 쏘아 나가는 '제트 추진'을 해요. 이 방법은 빠르지만 에너지가 많이 들고, 앞서 말했듯 헤엄칠 때 체심장이 멈추는 경향이 있어 오래 쓰지 못해요. 일부 문어는 두 팔로 바닥을 걷고 나머지 팔로 몸을 감싸 해조나 코코넛처럼 보이게 하며 '두 발 걷기'를 하는 모습이 관찰됐어요.

문어는 오랫동안 철저히 혼자 사는 동물로 여겨졌지만, 최근 관찰에서는 의외의 모습도 확인됐어요. 호주의 한 해역에서는 여러 마리의 문어가 가까이 모여 굴을 만들고 사는 장소가 발견돼, 연구자들이 '옥토폴리스'와 '옥틀랜티스'라는 별명을 붙였어요. 이곳에서 문어들은 서로 몸 색을 바꾸며 신호를 보내고, 때로는 조개껍데기를 상대에게 던지는 듯한 행동까지 보였어요.

또 홍해 등지에서는 문어가 물고기들과 함께 사냥하는 모습도 관찰됐어요. 문어가 바위 틈을 뒤지면 그루퍼나 놀래기가 주변에서 도망치는 먹이를 노리는 식이에요. 2024년 무렵 발표된 연구에서는 이런 공동 사냥에서 문어가 일종의 '결정권자' 역할을 하고, 제 몫을 하지 않는 물고기에게 팔로 '주먹질'을 하는 모습까지 기록됐어요.

문어는 수면과 비슷한 휴식 상태를 보여요. 쉬는 동안 몸 색이 창백해지다가, 짧은 시간 동안 피부 색과 무늬가 빠르게 바뀌고 눈과 팔이 움찔거리는 '활동적 수면' 단계가 나타나요. 연구자들은 이를 사람의 렘수면과 비교하며, 문어가 꿈과 비슷한 것을 꿀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이야기하기도 해요.

7. 먹이

문어는 육식성 사냥꾼이에요. 참문어는 게, 새우, 가재 같은 갑각류를 가장 좋아하고, 조개·소라·전복 같은 패류, 작은 물고기, 다른 두족류도 먹어요. 대문어는 게와 조개 외에도 물고기, 다른 문어, 심지어 작은 상어나 바닷새를 잡아먹었다는 기록도 있어요.

문어의 사냥 방법은 다양해요.

  • 기습: 바위 색으로 위장한 채 숨어 있다가 가까이 온 게나 물고기를 순식간에 덮쳐요.
  • 탐색: 바위 틈과 굴속에 팔을 넣어 빨판으로 맛을 보며 숨은 먹이를 찾아내요.
  • 우산 덮치기: 팔 사이의 막(산막)을 우산처럼 활짝 펼쳐 바위나 해초 덩어리를 통째로 덮고, 그 안에 갇힌 먹이를 잡아요.
  • 추적: 먹이를 발견하면 팔로 기어가거나 짧게 헤엄쳐 쫓아가요.

잡은 먹이는 부리로 깨거나 팔로 비틀어 열어요. 조개처럼 단단히 닫힌 먹이는 껍데기 틈을 억지로 벌리거나, 치설과 침샘을 이용해 껍데기에 작은 구멍을 뚫기도 해요. 문어의 침에는 먹이를 마비시키는 독 성분과 살을 녹이는 효소가 들어 있어요. 사실 거의 모든 문어가 어느 정도의 독을 가지고 있지만, 사람에게 위험할 만큼 강한 독을 가진 것은 파란고리문어 같은 일부 종뿐이에요.

문어는 먹이를 굴로 가져가 먹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굴 입구에 쌓인 껍데기 더미를 분석하면 그 문어가 무엇을 먹었는지 알 수 있어요. 연구자들은 이런 '식사 기록'을 이용해 문어의 먹이 선호를 연구해요. 참문어는 하루에 몸무게의 몇 퍼센트에 해당하는 먹이를 먹으며 매우 빠르게 자라요. 먹이의 상당 부분을 몸을 키우는 데 쓰는 효율이 아주 높은 동물로 알려져 있어요.

8. 번식과 일생

Octopus in the Torre Guaceto state nature reserve (Q3936925)
Octopus in the Torre Guaceto state nature reserve (Q3936925)
Romano Gianluca · CC BY-SA 4.0

문어의 일생은 짧고 극적이에요. 대부분의 문어는 평생 단 한 번 번식하고, 번식이 끝나면 생을 마쳐요.

짝짓기 때 수컷은 교접완을 암컷의 외투막 안으로 넣어 정자 주머니(정포)를 전달해요. 수컷이 암컷에게 잡아먹힐 위험이 있어서, 일부 종의 수컷은 팔을 최대한 길게 뻗어 멀리서 짝짓기를 하거나, 암컷 등에 올라탄 채 짝짓기를 해요. 암컷은 받은 정자를 몸속에 저장해 두었다가 산란할 때 알을 수정시켜요.

참문어 암컷은 굴 천장에 쌀알만 한 작은 알을 포도송이처럼 줄줄이 매달아 낳아요. 한 마리가 낳는 알은 10만~50만 개 정도로 아주 많아요. 대문어 암컷은 그보다 큰 알을 수만 개(대략 2만~10만 개) 낳아요.

산란 후 암컷의 헌신은 놀라워요. 암컷은 알을 낳은 뒤 굴을 떠나지 않고, 팔로 알을 쓰다듬어 깨끗하게 하고, 깔때기로 신선한 물을 뿜어 산소를 공급하며, 다가오는 포식자를 쫓아내요. 이 기간 동안 암컷은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아요. 알이 부화할 무렵이면 암컷은 몸이 크게 쇠약해져 결국 죽어요. 수컷도 짝짓기 후 몇 주에서 몇 달 안에 노화 증상을 보이며 죽어요.

단계참문어대문어
알 품기 기간약 25~65일 (수온에 따라 최대 4개월가량)약 5~7개월 (찬 물에서는 더 길어짐)
한 번에 낳는 알 수약 10만~50만 개약 2만~10만 개
갓 깨어난 새끼2~3mm, 플랑크톤처럼 떠다님약 6~10mm, 떠다니는 시기를 거침
바닥 정착부화 후 약 1~2개월부화 후 수개월
성숙약 1년약 2~4년
수명약 1~2년약 3~5년

심해 문어 가운데에는 훨씬 긴 기간 알을 품는 종도 있어요. 미국 캘리포니아 앞바다 수심 1,400미터 정도의 심해에서 한 문어 암컷이 4년 반 가까이 같은 자리에서 알을 품는 모습이 관찰돼, 동물 가운데 가장 긴 알 품기 기록으로 알려졌어요.

번식 후 죽음에는 생물학적 이유가 있어요. 문어의 눈 사이에 있는 '시신경샘'이라는 분비샘이 번식과 노화를 조절해요. 1970년대 연구에서 알을 품는 암컷의 시신경샘을 제거하자 암컷이 알 품기를 멈추고 다시 먹이를 먹기 시작해 더 오래 살았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2020년대 연구에서는 시신경샘이 번식 후 콜레스테롤 대사와 관련된 물질의 생산을 크게 바꾼다는 사실이 밝혀져, 이것이 죽음으로 이어지는 과정의 일부일 가능성이 제기됐어요. 즉 문어의 죽음은 단순히 지쳐서가 아니라, 몸속에 프로그램된 과정에 가깝다는 거예요.

9. 지능·의사소통·특별한 능력

문어는 무척추동물 가운데 가장 큰 신경계를 가지고 있어요. 참문어의 신경 세포는 약 5억 개로 추정되는데, 이는 개나 고양이 같은 일부 포유류에 견줄 만한 수준이에요. 놀라운 점은 이 신경 세포의 3분의 2 가까이가 뇌가 아니라 여덟 개의 팔에 퍼져 있다는 사실이에요. 각 팔의 신경망은 뇌의 명령 없이도 어느 정도 독립적으로 움직이고, 물체를 만지고 맛보며 판단할 수 있어요. 그래서 문어는 '뇌가 아홉 개인 동물'이라고 불리기도 해요. 잘려 나간 문어 팔이 한동안 스스로 움직이며 먹이를 붙잡는 모습이 관찰된 것도 이 때문이에요.

9.1. 학습과 문제 해결

실험실에서 문어는 놀라운 능력을 보여 줘 왔어요.

  • 미로 학습: 문어는 미로를 통과해 먹이에 도달하는 길을 학습하고 기억해요.
  • 병뚜껑 열기: 먹이가 든 유리병의 돌려 여는 뚜껑을 팔로 돌려 여는 법을 익히고, 병 안에 갇힌 상태에서 안쪽에서 뚜껑을 여는 모습도 기록됐어요.
  • 관찰 학습: 1990년대 이탈리아 연구에서 다른 문어가 특정 색의 공을 고르는 모습을 지켜본 문어가 같은 선택을 따라 했다는 결과가 보고됐어요. 다만 이 실험은 재현 결과가 엇갈려 논쟁이 이어지고 있어요.
  • 개체 식별: 문어는 사람의 얼굴이나 행동을 구별할 수 있어요. 한 수족관 실험에서는 늘 먹이를 주는 사람과 늘 막대기로 건드리는 사람을 문어가 구별해, 불쾌했던 사람에게만 물을 뿜는 모습을 보였어요.
  • 놀이: 물살에 병을 띄워 보냈다가 다시 받아 내는 것을 반복하는 등, 먹이와 상관없이 물체를 가지고 노는 듯한 행동이 관찰됐어요.
  • 탈출: 수족관 문어가 수조 뚜껑을 밀고 나가 다른 수조의 물고기를 잡아먹고 돌아왔다는 이야기, 배수관을 통해 바다로 탈출했다는 이야기 등이 유명해요.

9.2. 도구 사용

2009년 인도네시아 바다에서 촬영된 영상은 많은 사람을 놀라게 했어요. 코코넛문어(베인드 옥토퍼스, Amphioctopus marginatus)가 버려진 코코넛 껍데기 반쪽을 팔로 끌어안고 다리를 뻣뻣하게 세운 채 바닥을 걸어가다가, 위험이 오면 두 쪽의 껍데기를 맞붙여 그 안에 숨는 모습이었어요. 나중에 쓰기 위해 물건을 들고 다니는 이 행동은 무척추동물의 도구 사용을 보여 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혀요. 참문어도 돌멩이와 껍데기를 모아 굴 입구를 막는 등 물체를 적극적으로 이용해요.

9.3. 위장과 흉내

문어의 위장술은 동물계 최고 수준이에요. 몸 색, 무늬, 피부 질감, 몸의 자세를 동시에 바꿔 바위, 산호, 해초, 모래 바닥과 구별할 수 없을 만큼 감쪽같이 녹아들어요. 위협을 느끼면 반대로 몸을 짙게 물들이고 팔을 펼쳐 크게 보이게 하거나, 눈 주변에 짙은 무늬를 띄워 상대를 놀라게 해요.

인도네시아 등지에 사는 흉내문어(Thaumoctopus mimicus)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른 동물의 모습을 흉내 내요. 팔을 모아 넙치처럼 납작하게 헤엄치거나, 팔을 펼쳐 독가시가 있는 쏠배감펭처럼 보이게 하고, 두 팔만 굴 밖으로 내밀어 바다뱀처럼 보이게 하는 등 상황에 따라 다른 동물로 '변신'해요.

문어는 몸 색 변화를 다른 문어에게 보내는 신호로도 써요. 공격적인 개체는 몸을 짙게 바꾸고 높은 곳에 올라서며, 물러서는 개체는 몸을 창백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다는 연구가 있어요. 또 몸 위로 짙은 띠가 물결처럼 흘러가게 만드는 '떠다니는 구름' 무늬로 먹이를 놀라게 해 움직이게 만드는 사냥 전술도 관찰돼요.

9.4. 왜 이렇게 똑똑할까

문어의 지능은 과학자들에게 큰 수수께끼예요. 보통 높은 지능은 오래 살고, 무리를 지어 살며, 부모에게서 배우는 동물에게서 진화한다고 여겨져요. 그런데 문어는 1~2년밖에 살지 못하고, 혼자 살며, 부모를 만나 본 적도 없어요. 그래서 문어의 지능은 사회생활이 아니라, 껍데기 없이 몸을 지키고 다양한 먹이를 찾아내야 하는 복잡한 환경에 대한 적응으로 진화했다는 견해가 많아요. 팔 하나하나가 수많은 자유도를 가진 몸을 조절하는 데 큰 신경계가 필요했다는 설명도 있어요. 문어는 척추동물과 전혀 다른 길을 걸어 높은 지능에 도달한 동물이라서, '지능이란 무엇인가'를 연구하는 데 아주 중요한 비교 대상이에요.

10. 천적과 생존

말랑하고 영양가 높은 문어는 바다의 많은 포식자에게 인기 있는 먹이예요. 곰치, 바다장어, 그루퍼, 상어, 가오리 같은 물고기, 물개와 바다사자, 돌고래, 수달, 바닷새가 문어를 노려요. 북태평양에서는 해달과 바다사자, 물개가 대문어를 잡아먹고, 향유고래나 일부 상어도 문어를 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문어는 다른 문어를 잡아먹기도 해요.

문어의 방어 전략은 여러 겹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 숨기: 굴에 숨고 입구를 돌로 막아요.
  • 위장: 주변 환경과 똑같은 색과 질감으로 변해요.
  • 위협: 갑자기 몸 색을 바꾸거나 커 보이게 해서 상대를 놀라게 해요.
  • 먹물: 연막을 치고, 때로는 자기 몸 크기만 한 먹물 덩어리를 만들어 미끼로 남기고 도망쳐요.
  • 제트 탈출: 물을 뿜어 순식간에 멀리 달아나요.
  • 팔 자르기: 일부 종은 붙잡힌 팔을 스스로 끊고 달아나요. 잘린 팔은 나중에 다시 자라요.
  • 독: 파란고리문어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강력한 신경독을 가지고 있어 대부분의 포식자에게 위험한 상대예요.

그럼에도 문어 대부분은 어른이 되기 전에 죽어요. 수십만 개의 알 가운데 바닥에 무사히 정착하고 번식할 때까지 살아남는 개체는 극히 일부예요. 특히 플랑크톤처럼 떠다니는 어린 시기에 대부분이 잡아먹혀요.

11. 인간과의 관계

11.1. 식재료와 어업

문어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사랑받는 식재료예요. 지중해 연안의 스페인, 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에서는 문어를 삶거나 구워 올리브유와 함께 먹는 요리가 유명해요. 스페인 갈리시아 지방의 문어 요리, 그리스의 구운 문어가 대표적이에요. 일본에서는 문어를 넣은 둥근 반죽 요리인 다코야키와 문어 초회, 초밥이 유명하고, 모로코와 모리타니 등 서아프리카 연안은 세계적인 참문어 어장이에요. 멕시코, 페루 등 중남미에서도 문어를 많이 잡아요.

문어 어업에는 문어가 굴을 좋아하는 습성을 이용한 '문어 단지' 어법이 오래전부터 쓰였어요. 바닷속에 항아리나 통을 줄줄이 매달아 두면 문어가 집으로 삼아 들어가는데, 이를 끌어 올려 잡는 방식이에요. 지중해와 일본, 한국에서 비슷한 어법이 전해져요. 통발과 낚시, 저인망으로도 잡아요.

세계 문어 어획량은 수십만 톤 규모로, 수요가 늘면서 가격도 꾸준히 올라 왔어요.

11.2. 한국과 문어

한국에서 문어는 특별한 의미를 가진 해산물이에요. '글월 문(文)' 자가 들어간 이름 덕분에 학문과 선비를 상징하고, 먹물을 가진 '양반 물고기'로 여겨졌어요. 특히 경상북도 안동 등 영남 지역에서는 제사상과 잔칫상에 문어를 빠뜨리지 않는 전통이 있어요. 문어는 내륙 지방에서도 귀한 대접을 받아, 혼례나 회갑 잔치 때 삶은 문어를 화려하게 오려 꽃이나 봉황 모양으로 장식하는 '문어 오림' 공예도 발달했어요.

동해안의 강원도와 경북 지역은 대문어의 주요 산지예요. 큰 문어는 통째로 삶아 얇게 썰어 숙회로 먹는 것이 대표적이고, 문어 라면, 문어 볶음, 문어죽 같은 요리도 있어요. 남해안의 참문어, 갯벌의 낙지, 봄철의 주꾸미까지 포함하면 한국은 문어 무리를 다양하게 즐기는 나라예요. 낙지를 산 채로 잘라 먹는 산낙지 요리도 유명한데, 빨판이 목에 달라붙어 질식 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해요.

한국어에는 문어와 관련된 표현도 있어요. 대기업이 여러 업종으로 무분별하게 사업을 늘리는 것을 '문어발식 확장'이라고 하고, 콘센트 하나에 여러 전기 기구를 연결하는 것을 '문어발 콘센트'라고 불러요.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가는 문어 팔의 모습에서 나온 말이에요.

11.3. 위험한 문어

대부분의 문어는 사람에게 위험하지 않아요. 물리면 아프고 약간 붓는 정도예요. 하지만 호주와 서태평양에 사는 파란고리문어는 예외예요. 몸길이 10~20센티미터 정도의 작은 문어지만, 침샘에 복어 독과 같은 테트로도톡신이 들어 있어 물리면 근육 마비와 호흡 정지로 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요. 해독제가 없어 인공호흡 등 응급 처치가 중요해요. 최근 한국 남해안과 제주 바다에서도 파란고리문어가 발견된 사례가 보고돼, 바닷가에서 작은 문어를 맨손으로 만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해요.

11.4. 문어의 고통과 동물 복지

문어가 고통을 느낄 수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쌓이면서, 문어를 대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어요. 문어는 다친 부위를 보호하고, 고통을 겪었던 장소를 피하며, 진통제를 맞으면 그런 행동이 줄어드는 반응을 보였어요. 유럽연합은 2010년 동물 실험 관련 지침에서 두족류를 보호 대상에 포함했고, 영국은 2021년 정부 의뢰 보고서를 바탕으로 2022년 동물복지(지각력)법에서 문어를 포함한 두족류를 지각력 있는 동물로 인정했어요.

이에 따라 산 채로 끓는 물에 넣는 조리 방식이나 산 채로 먹는 문화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어요. 또 최근 스페인 등에서 대규모 문어 양식 계획이 추진되면서, 지능이 높고 혼자 사는 동물을 좁은 공간에 대량으로 가두어 기르는 것이 윤리적인지에 대한 국제적인 논쟁이 벌어졌어요. 미국 일부 주에서는 문어 양식을 금지하는 법이 만들어지기도 했어요.

12. 보전 현황

참문어(Octopus vulgaris)는 IUCN 적색목록에서 관심대상(LC)으로 분류돼 있어요. 분포가 넓고 번식력이 매우 강해 전 세계적인 멸종 위험은 낮다고 평가되기 때문이에요. 대문어 등 다른 많은 문어 종은 아직 평가되지 않았거나 정보가 부족한 상태예요. 문어는 수명이 짧고 성장이 빨라서, 환경 조건에 따라 해마다 개체 수가 크게 오르내리는 특징이 있어요.

하지만 지역별로는 걱정스러운 신호도 있어요. 서아프리카 연안에서는 과도한 어획으로 문어 자원이 크게 줄었다가 금어기와 어획 규제로 회복을 시도한 사례가 있어요. 한국에서도 동해안 대문어 어획량이 해마다 변동이 크고, 자원 관리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어요. 한국은 문어 자원 보호를 위해 일정 무게 이하의 작은 문어 포획을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고, 지역에 따라 산란기 금어기도 운영하고 있어요. 구체적인 기준은 법령 개정에 따라 바뀔 수 있으니 최신 규정을 확인해야 해요.

문어에 대한 주요 위협 요인은 다음과 같아요.

  • 과도한 어획과 작은 개체 포획
  • 저인망 어업으로 인한 서식지 훼손
  • 연안 개발과 오염
  • 수온 상승으로 인한 분포 변화 (일부 종은 오히려 늘어나기도 함)
  • 해양 산성화

흥미롭게도 일부 연구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두족류의 개체 수가 지난 수십 년 동안 오히려 늘어났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경쟁자이자 포식자인 물고기가 남획으로 줄어든 것, 수온 상승이 빠르게 자라는 두족류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것 등이 원인으로 거론돼요. 다만 이런 변화가 바다 생태계 전체에 어떤 의미인지는 아직 연구 중이에요.

한국에서 문어는 법적 보호종이 아니라 관리 대상 수산 자원이에요.

13. 수족관에서

문어는 세계 여러 수족관에서 인기 있는 전시 동물이에요. 특히 대문어는 크기와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많은 관람객의 시선을 끌어요. 수족관 문어는 연구에도 중요한 역할을 해서, 문어의 학습 능력, 수면, 성격 차이 같은 많은 발견이 사육 개체 관찰에서 나왔어요.

문어를 사육하는 데는 특별한 어려움이 있어요.

  • 탈출 방지: 문어는 아주 작은 틈으로도 빠져나가기 때문에 수조 뚜껑과 배관을 철저히 막아야 해요.
  • 지루함 해소: 지능이 높은 문어는 단조로운 환경에서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래서 수족관들은 먹이를 병이나 퍼즐 장난감 안에 넣어 주는 등 '행동 풍부화' 프로그램을 운영해요.
  • 수질과 수온: 대문어는 차가운 물이 필요하고, 문어는 수질 변화에 민감해요.
  • 짧은 수명: 문어는 수명이 짧아서 전시 개체를 주기적으로 바꿔야 해요.

문어를 수족관에 가두는 것에 대한 윤리적 논쟁도 있어요. 지능이 높고 호기심이 많은 동물이 좁은 수조에서 지내는 것이 바람직한지, 전시를 위해 야생 개체를 계속 잡아들이는 것이 괜찮은지에 대한 질문이에요. 일부 수족관은 일정 기간 전시한 문어를 바다에 돌려보내는 방식을 택하기도 해요.

가정에서 문어를 기르는 것은 권하기 어려워요. 탈출과 수질 관리가 어렵고, 지능이 높아 충분한 자극을 주기 힘들며, 수명이 짧아 금방 죽음을 맞이해요. 파란고리문어처럼 독을 가진 종은 매우 위험해요.

14. 대중문화 속 문어

문어는 오래전부터 인간의 상상력을 사로잡아 왔어요. 고대 그리스의 미노아 문명 도자기에는 팔을 넓게 펼친 문어 그림이 화려하게 그려져 있어요. 북유럽 전설의 거대 바다 괴물 크라켄은 배를 휘감아 바다 밑으로 끌고 가는 모습으로 그려지는데, 거대 오징어와 문어가 그 모델로 거론돼요. 빅토르 위고의 소설 「바다의 노동자」에는 주인공이 거대한 문어와 사투를 벌이는 장면이 나오고, 쥘 베른의 「해저 2만 리」에도 거대 두족류와 싸우는 장면이 등장해요.

일본 에도 시대 화가 가쓰시카 호쿠사이의 목판화에도 문어가 등장하고, 일본에서 문어는 장난스럽고 친근한 캐릭터로 자주 그려져요. 다코야키 가게의 간판에는 머리띠를 두른 문어 캐릭터가 단골로 나와요.

현대 대중문화에서 문어는 '외계인'의 원형이에요. H. G. 웰스의 「우주 전쟁」에 나오는 화성인은 문어를 닮은 모습으로 묘사됐고, 많은 SF 작품의 외계 생명체가 촉수를 가진 모습으로 그려져요. H. P.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역시 문어 머리를 한 존재로 유명해요. 2016년 영화 「컨택트」의 외계인도 문어를 연상시키는 일곱 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어요.

애니메이션에서도 문어는 인기 캐릭터예요. 「도리를 찾아서」의 행크는 위장과 탈출의 달인인 문어로 등장하고, 「스폰지밥」의 징징이도 문어예요(이름과 달리 다리가 여섯 개로 그려져요). 2020년 다큐멘터리 「나의 문어 선생님」은 남아프리카의 해조 숲에서 한 남성이 야생 문어와 1년 가까이 교감한 이야기를 담아 아카데미 장편 다큐멘터리상을 받았고, 문어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크게 바꿔 놓았어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는 독일의 한 수족관 문어가 경기 결과를 잇달아 맞혀 세계적인 화제가 되기도 했어요. 한국에서는 문어가 동해안 지역 축제의 주인공이 되기도 하고, '문어 선생'처럼 지혜로운 이미지로 아동 콘텐츠에 등장하기도 해요.

15. 여담

  • 문어 팔은 영어로 arm(팔)이라고 불러요. 오징어의 길쭉한 두 개의 촉완은 tentacle이라고 구분하지만, 일상에서는 문어 팔도 흔히 촉수라고 불러요.
  • 문어 팔의 빨판은 자기 몸에는 잘 달라붙지 않아요. 문어 피부에 있는 화학 물질이 빨판의 흡착 반응을 억제한다는 연구가 있어요.
  • 문어는 뇌가 식도를 둘러싼 도넛 모양이어서, 너무 큰 먹이를 삼키면 뇌가 손상될 수 있다고 해요. 그래서 먹이를 잘게 찢어 먹어요.
  • 문어는 팔에도 선호가 있어요. 사람이 오른손잡이와 왼손잡이로 나뉘듯, 특정 팔을 더 자주 쓰는 경향이 관찰됐어요.
  • 문어는 몸 색을 바꿀 때 근육을 이용하기 때문에, 죽은 문어의 피부에 전기 자극을 주면 색소포가 반응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 대문어는 수족관에서 사람마다 다르게 반응해, 사육사들이 개체마다 '성격'이 다르다고 이야기하곤 해요. 실제로 문어의 성격 차이를 다룬 연구도 있어요.
  • 문어의 수명이 너무 짧다는 것은 많은 연구자들의 아쉬움이에요. 한 연구자는 문어가 10년을 산다면 어떤 문명을 이룰지 궁금하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어요.
  • 한국 동해안에서는 겨울부터 봄 사이가 대문어 제철로 알려져 있고, 이 시기 강원도 항구의 위판장에는 수십 킬로그램짜리 문어가 오르기도 해요.
  • 문어는 피부로도 빛을 느낄 수 있다는 연구가 있어서, 눈을 가려도 빛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여요.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니에요. 포획·거래·사육은 대부분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다친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지역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한국에서 말하는 '문어'와 '참문어'는 어떻게 다른가요?

한국에서 그냥 '문어'라고 하면 보통 동해안의 대형종인 대문어(Enteroctopus dofleini)를 가리켜요. 참문어는 남해·제주의 작은 문어로, 전통적으로 Octopus vulgaris로 분류됐지만 최근에는 동아시아 집단을 O. sinensis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문어는 정말 그렇게 똑똑한가요?

네. 약 5억 개의 신경 세포를 가지고 있고, 미로 학습, 병뚜껑 열기, 사람 구별, 도구 사용 같은 능력이 관찰됐어요. 척추동물과 전혀 다른 길로 높은 지능을 진화시킨 동물이에요.

문어는 위험한가요?

대부분은 위험하지 않지만, 파란고리문어는 테트로도톡신이라는 강한 독을 가져 물리면 생명이 위험할 수 있어요. 한국 남해와 제주에서도 발견된 적이 있으니 작은 문어를 맨손으로 만지지 마세요.

사진 출처

사진은 위키미디어 공용(Wikimedia Commons)의 자유 이용 허락 사진이에요. 각 사진의 작가와 라이선스는 아래와 같아요.

  1. Octopus2.jpg — albert kok · CC BY-SA 3.0
  2. Common octopus.jpg — Martijn Klijnstra · CC BY-SA 4.0
  3. Octopus vulgaris 02.JPG — H. Zell · CC BY-SA 3.0
  4. Octopus vulgaris 2.jpg — Albert Kok at Dutch Wikipedia (Original text: Albert Kok) · Public domain
  5. Polpo nella Riserva naturale statale Torre Guaceto - DSC 0788M.jpg — Romano Gianluca · CC BY-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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