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해마다 가을이면 북아메리카 하늘에 주황색과 검은색 날개를 가진 나비 수억 마리가 남쪽으로 날아가요. 캐나다 남부와 미국 동부에서 출발해 멕시코 중부 산지의 전나무 숲까지, 길게는 4,000km가 넘는 거리예요. 이 나비가 바로 제왕나비(Danaus plexippus)예요.
제왕나비는 곤충 가운데 가장 유명한 장거리 이동자예요. 놀라운 점은 이 여행을 하는 나비 중 누구도 그 길을 가 본 적이 없다는 거예요. 봄과 여름에 북쪽으로 올라가며 여러 세대가 바뀌기 때문에, 가을에 남쪽으로 내려가는 나비는 작년에 멕시코에 갔던 나비의 증손자나 고손자뻘이에요. 그런데도 거의 같은 산, 때로는 같은 숲에 도착해요.
제왕나비 애벌레는 독이 있는 박주가리류(밀크위드) 식물만 먹고, 그 독을 몸에 쌓아 새에게 맛없는 나비가 돼요. 화려한 주황색은 '나를 먹으면 탈이 난다'는 경고예요.
최근 수십 년 사이 겨울을 나는 제왕나비의 수가 크게 줄면서, 이 나비는 북아메리카 곤충 보전의 상징이 되었어요. 한국에는 살지 않지만, 비슷하게 바다를 건너 이동하는 왕나비가 있어 함께 소개해요.
2. 이름과 분류

Charles J. Sharp · CC BY-SA 4.0
제왕나비는 나비목 네발나비과(Nymphalidae) 왕나비아과(Danainae)에 속해요. 같은 무리에는 열대 아시아의 왕나비류, 한국에서도 볼 수 있는 왕나비(Parantica sita)와 끝검은왕나비 등이 있어요.
학명은 1758년 린네가 붙였어요. 속명 Danaus는 그리스 신화 속 이집트 왕 다나오스에서, 종명 plexippus는 다나오스의 형제 아이깁토스의 아들 가운데 한 명의 이름에서 따왔다고 해요. 신화에 나오는 이름을 나비에 붙이는 것은 린네 시대의 흔한 방식이었어요.
영어 이름 monarch(군주)의 유래는 확실하지 않아요. 큰 몸집과 위엄 있는 모습 때문이라는 설, 영국 왕 윌리엄 3세(오라녜 공 빌럼)를 기리는 이름이라는 설이 있어요. 윌리엄 3세의 가문 색이 주황색이었기 때문이에요. 한국어 '제왕나비'는 영어 이름을 옮긴 말이에요.
아종으로는 북아메리카의 이동성 아종(D. p. plexippus)이 가장 유명하고, 카리브해·중남미에 사는 이동하지 않는 개체군들이 별도 아종으로 다뤄지기도 해요. 남아메리카에는 아주 닮은 남방제왕나비(Danaus erippus)가 살아요.
3. 진화
나비와 나방을 포함한 나비목은 약 2억 년 전 무렵 날개 비늘 화석으로 처음 흔적을 남겼고, 낮에 활동하는 나비 무리는 꽃식물이 퍼진 뒤 백악기 무렵에 갈라져 나왔다고 추정돼요. 나비 화석은 연약해서 드물지만, 미국 콜로라도의 플로리선트 같은 화석지에서 수천만 년 전 나비가 아주 잘 보존된 채 발견되기도 했어요.
왕나비아과 나비들은 대부분 열대에 살며, 독이 있는 식물을 먹고 그 독으로 몸을 지키는 전략을 함께 발전시켰어요. 2014년에 발표된 유전체 연구에서는 제왕나비가 북아메리카에서 기원해 이동하는 조상에서 출발했고, 이후 중남미와 카리브해 등으로 퍼지면서 일부 개체군은 이동 습성을 잃었다는 해석이 나왔어요. 같은 연구에서 비행 근육과 관련된 유전자의 차이가 이동성과 연관된다는 결과도 제시되었어요.
19세기에는 제왕나비가 태평양 섬들을 건너 하와이, 뉴질랜드, 오스트레일리아에 자리 잡았고, 대서양을 건너 카나리아 제도, 스페인 남부, 포르투갈 등에도 작은 개체군이 생겼어요. 사람이 퍼뜨린 박주가리 식물이 이 확산을 도왔다고 봐요.
4. 분포와 서식지
제왕나비의 중심 분포지는 북아메리카예요. 크게 두 개체군으로 나눠 이야기해요.
| 개체군 | 번식지 | 월동지 | 특징 |
|---|---|---|---|
| 동부 개체군 | 로키산맥 동쪽의 미국·캐나다 남부 | 멕시코 미초아칸주·멕시코주 경계의 고산 전나무 숲 | 전체의 대부분을 차지 |
| 서부 개체군 | 로키산맥 서쪽 | 캘리포니아 해안의 유칼립투스·소나무·사이프러스 숲 | 수가 훨씬 적고 변동이 심함 |
여름에는 박주가리가 자라는 들판, 초원, 길가, 농경지 가장자리, 정원 등 햇볕이 잘 드는 열린 곳에서 살아요. 월동지인 멕시코의 숲은 해발 약 3,000m 안팎의 오야멜 전나무 숲으로, 서늘하고 습하지만 얼어붙을 만큼 춥지는 않아 나비가 몸의 에너지를 아끼며 겨울을 날 수 있어요.
플로리다 남부, 카리브해, 중남미, 그리고 바다 건너 정착한 오스트레일리아·하와이·이베리아반도 등의 개체군은 대개 장거리 이동을 하지 않아요.
한국에는 제왕나비가 자연 분포하지 않아요. 대신 한국에서는 왕나비가 봄에 남쪽에서 올라와 여름을 나고, 가을에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는 이동을 해요. 날개에 표식을 단 왕나비가 한국과 일본, 대만 사이를 오간 기록이 있어 '아시아의 제왕나비'라고 불리기도 해요.
5. 신체 특징
제왕나비는 날개를 편 길이가 약 9~10cm로 꽤 큰 나비예요. 몸무게는 0.5g 안팎으로 클립 하나 정도예요.
| 항목 | 수치 |
|---|---|
| 날개 편 길이 | 약 8.9~10.2cm |
| 몸무게 | 약 0.3~0.75g |
| 애벌레 최대 길이 | 약 4.5~5cm |
| 번데기 길이 | 약 2.5cm |
날개는 주황색 바탕에 굵은 검은 날개맥이 지나가고, 가장자리 검은 띠에 흰 점이 두 줄로 박혀 있어요. 나비 날개의 색은 지붕 기와처럼 겹친 아주 작은 비늘이 만들어요. 손으로 만지면 묻어나는 가루가 바로 이 비늘이에요.
수컷과 암컷은 뒷날개로 구분할 수 있어요. 수컷은 뒷날개 맥 위에 작고 검은 점(향기 비늘이 모인 곳)이 한 쌍 있고 날개맥이 가늘어요. 암컷은 이 점이 없고 날개맥이 더 굵고 진해요.
네발나비과에 속하는 나비답게 앞다리 한 쌍이 작게 퇴화해 몸에 붙어 있어서, 걷거나 앉을 때는 다리 네 개만 써요. 발끝에는 맛을 느끼는 감각기가 있어 암컷은 잎을 발로 두드려 박주가리인지 확인한 뒤 알을 낳아요.
애벌레는 흰색·노란색·검은색 줄무늬가 선명하고 머리 쪽과 꼬리 쪽에 검은 촉수 같은 돌기가 한 쌍씩 있어요. 번데기는 연두색에 금색 점이 박혀 보석처럼 보이는데, 이 금빛은 색소가 아니라 빛의 반사로 생겨요.
6. 생태와 습성
6.1. 여러 세대에 걸친 이동
동부 개체군의 1년은 대략 이렇게 흘러가요.
| 시기 | 세대 | 일어나는 일 |
|---|---|---|
| 2~3월 | 월동 세대 | 멕시코 숲에서 깨어나 짝짓기 후 북쪽으로 출발 |
| 3~4월 | 월동 세대 | 미국 남부(텍사스 등)에 도착해 알을 낳고 죽음 |
| 4~6월 | 1세대 | 더 북쪽으로 이동하며 번식 |
| 6~8월 | 2~3세대 | 미국 북부·캐나다 남부까지 퍼져 번식 |
| 8~10월 | 이동 세대(초세대) | 번식을 미루고 남쪽으로 장거리 이동 |
| 11월~이듬해 2월 | 월동 세대 | 멕시코 숲에서 무리 지어 겨울나기 |
여름에 태어난 세대는 성충이 되어 2~6주 정도만 살지만, 늦여름에 태어나는 이동 세대는 6~9개월을 살아요. 낮이 짧아지고 기온이 내려가고 박주가리 잎이 늙어 가는 신호를 받으면, 이 세대는 생식기관 발달을 멈추고 지방을 저장하며 '여행 모드'로 바뀌어요.
이동하는 나비는 하루에 수십 km에서 많게는 100km 넘게 날아요. 날갯짓보다는 상승 기류를 타고 글라이딩하며 힘을 아끼고, 밤에는 나무에 무리 지어 쉬어요. 꽃꿀을 먹으며 이동하는 동안 오히려 몸에 지방을 더 쌓는다는 연구도 있어요.
6.2. 월동지의 장관
멕시코의 월동지에서는 나비 수천만 마리가 전나무 가지와 줄기를 빽빽하게 덮어 나무 전체가 주황색으로 보여요. 무게 때문에 가지가 휘거나 부러지기도 해요. 추운 아침에는 거의 움직이지 않다가, 해가 들면 일제히 날아올라 물을 마시러 가는데 그 날갯짓 소리가 빗소리처럼 들린다고 해요.
이렇게 빽빽이 모이는 이유는 체온을 유지하고 수분 증발을 줄이며, 천적에게 잡아먹힐 확률을 나누기 위해서라고 봐요. 숲의 나무 지붕은 담요와 우산 역할을 해서, 나무가 베어지면 비와 냉기에 나비가 대량으로 얼어 죽을 수 있어요.
7. 먹이
제왕나비 애벌레는 거의 박주가리과(현재는 협죽도과로 통합) 아스클레피아스속 식물, 흔히 밀크위드라 부르는 식물만 먹어요. 북아메리카에는 이 속의 식물이 100종 넘게 자라요. 잎을 자르면 하얀 젖 같은 즙이 나오는데, 여기에 심장에 작용하는 강심배당체(카데놀라이드)라는 독이 들어 있어요. 애벌레는 잎맥을 먼저 끊어 끈적한 즙이 덜 나오게 한 뒤 먹는 요령을 써요.
애벌레는 다 자랄 때까지 처음 몸무게의 약 2,000~3,000배까지 불어나요. 이렇게 쌓은 독은 번데기를 거쳐 성충까지 전달되어 날개와 몸에 남아요.
성충은 꽃꿀을 빨아 먹어요. 박주가리꽃뿐 아니라 국화과 꽃, 미역취, 과꽃, 라이트리스, 엉겅퀴 등 다양한 꽃을 찾아요. 특히 가을 이동 시기에는 늦게 피는 꽃이 중요한 연료 보급소가 돼요. 수컷은 젖은 흙에서 무기질을 빨아먹기도 해요.
최근 미국 남부에서는 정원용으로 많이 심는 열대 밀크위드(Asclepias curassavica)가 겨울에도 시들지 않아 일부 나비가 이동하지 않고 번식을 계속하게 만들고, 기생충 감염을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었어요. 그래서 지역 토종 밀크위드를 심자는 권고가 나와요.
8. 번식과 일생
제왕나비는 알-애벌레-번데기-성충의 완전변태를 해요. 수컷은 공중에서 암컷을 붙잡아 땅이나 풀 위로 끌어내린 뒤 짝짓기를 하며, 짝짓기는 몇 시간 동안 이어지기도 해요. 수컷은 정자와 함께 영양분이 든 꾸러미(정포)를 건네고, 암컷은 이를 알 만드는 데 써요.
암컷은 박주가리 잎 뒷면에 알을 하나씩 붙여 낳아요. 한 번에 몰아서 낳지 않고 여러 식물에 흩어 낳아 애벌레끼리의 경쟁과 천적의 위험을 줄여요. 한 암컷은 평생 수백 개, 많게는 700개 안팎의 알을 낳는다고 알려져 있어요.
| 단계 | 기간(여름 기준) | 특징 |
|---|---|---|
| 알 | 3~5일 | 크림색, 세로 줄무늬가 있는 1mm 남짓한 알 |
| 애벌레(1~5령) | 약 9~14일 | 허물을 4번 벗으며 5령까지 자람 |
| 번데기 | 약 8~15일 | 연두색 바탕에 금색 점, 우화 직전 투명해져 날개 무늬가 비침 |
| 성충(여름 세대) | 2~6주 | 꽃꿀을 먹으며 번식 |
| 성충(이동 세대) | 6~9개월 | 번식을 미루고 이동·월동 |
다 자란 애벌레는 적당한 곳을 찾아 실을 자아 꼬리 끝을 매달고 'J'자 모양으로 늘어진 뒤, 마지막 허물을 벗으며 번데기가 돼요. 우화한 나비는 날개에 체액을 밀어 넣어 펼치고, 날개가 마를 때까지 몇 시간 동안 매달려 있어요.
알에서 깬 애벌레 가운데 성충까지 살아남는 비율은 매우 낮아요. 야외 연구에서는 알과 어린 애벌레의 대부분이 거미, 개미, 노린재 등 천적과 날씨 때문에 사라진다고 해요.
9. 지능·의사소통·특별한 능력
제왕나비가 어떻게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멕시코의 산을 찾아가는지는 오랫동안 수수께끼였어요. 연구를 통해 밝혀진 핵심은 '시간 보정 태양 나침반'이에요. 나비는 겹눈으로 해의 위치와 하늘의 편광을 읽고, 몸속 생체시계로 시간에 따른 해의 이동을 계산해 남서쪽 방향을 유지해요. 흥미롭게도 이 시계의 일부가 더듬이에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어요. 더듬이를 칠해 빛을 막은 나비는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했어요.
흐린 날에도 방향을 잃지 않는 것을 보면, 지구 자기장을 느끼는 자기 나침반도 함께 쓰는 것으로 보여요. 실험실 연구에서 제왕나비가 자기장의 기울기에 반응한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어요.
그렇다고 나비가 정확한 지도를 가진 것은 아니에요. 방향을 유지하다 보면 지형(산맥과 해안선)이 나비를 깔때기처럼 모아 멕시코의 특정 산지로 이끈다는 설명이 많이 받아들여져요. 마지막 목적지를 어떻게 정확히 찾는지는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어요.
제왕나비의 독은 의사소통의 한 형태이기도 해요. 새가 제왕나비를 한 번 먹고 토하면, 그 뒤로는 주황·검정 무늬 나비를 피하게 돼요. 북아메리카의 총독나비(바이스로이)는 제왕나비와 무늬가 매우 닮았는데, 예전에는 맛있는 나비가 독 있는 나비를 흉내 내는 베이츠 의태로 여겼지만, 총독나비도 맛이 나쁘다는 연구 이후 둘 다 독이 있어 서로 경고를 강화하는 뮐러 의태로 보는 시각이 많아졌어요.
10. 천적과 생존
독이 있다고 해서 제왕나비가 안전한 것은 아니에요. 알과 애벌레는 개미, 거미, 무당벌레, 노린재, 말벌에게 자주 잡아먹혀요. 기생파리와 기생벌은 애벌레 몸에 알을 낳아 안에서부터 먹어 치워요.
멕시코 월동지에서는 검은등꾀꼬리류와 검은머리밀화부리 같은 새가 독을 견디는 방식으로 제왕나비를 대량으로 먹어요. 꾀꼬리류는 독이 적은 근육과 배 안쪽만 골라 먹고, 밀화부리는 독에 비교적 내성이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한 겨울 동안 월동 개체의 상당 부분이 이런 새에게 잡아먹힌다는 추정도 있어요. 생쥐 일부 종도 바닥에 떨어진 나비를 먹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적도 있어요. 오프리오시스티스 엘렉트로스키르하(OE)라는 원생생물 기생충은 나비 몸 표면의 포자로 다음 세대에 옮겨져 날개 기형과 체력 저하를 일으켜요. 장거리 이동은 이런 감염된 개체를 걸러내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도 있어요.
날씨도 큰 변수예요. 월동지에 갑작스러운 겨울 폭풍과 서리가 닥치면 하룻밤에 수백만 마리가 죽기도 해요. 이동 경로의 가뭄은 꽃꿀을 줄이고, 혹서는 애벌레 생존율을 떨어뜨려요.
11. 인간과의 관계
멕시코의 월동지는 원래 그 지역 주민들에게는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었지만, 과학계에 알려진 것은 1970년대예요. 캐나다의 동물학자 프레드 어커하트는 수십 년 동안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나비 날개에 작은 표식을 붙여 이동 경로를 추적했고, 1975년 그의 연구에 참여한 사람들이 멕시코 산지에서 거대한 월동 군락을 확인했어요. 이 발견은 1976년 잡지에 소개되며 큰 화제가 되었어요.
오늘날 제왕나비는 '시민과학'의 대표 사례예요. 북아메리카의 수많은 학생과 시민이 날개 표식 달기, 애벌레 개체 수 세기, 이동 경로 관찰 기록에 참여하고 있고, 이렇게 모인 자료가 개체 수 변화를 파악하는 데 큰 역할을 해요.
멕시코에서는 제왕나비가 11월 초 '죽은 자의 날' 무렵 산지에 도착하기 때문에, 전통적으로 조상의 영혼이 돌아오는 것이라 여겼다는 이야기가 전해져요. 월동지 주변 마을은 나비 관광으로 수입을 얻지만, 한편으로는 목재 벌채로 생계를 이어 온 주민들과 보호구역 사이의 갈등도 있었어요. 그래서 주민에게 대체 소득을 마련해 주는 보전 사업이 함께 진행되어 왔어요.
정원에 박주가리를 심어 제왕나비를 돕는 운동도 활발해요.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고속도로 가장자리, 학교, 공원에 꽃꿀 식물을 심는 '제왕나비 정원'이 많이 생겼어요.
12. 보전 현황
IUCN은 2022년 북아메리카의 이동성 제왕나비 아종을 위기(EN)로 평가해 큰 뉴스가 되었고, 2023년 재평가에서는 취약(VU)으로 조정했어요. 종 전체가 곧 사라진다는 뜻은 아니지만, 장거리 이동이라는 현상 자체가 위협받고 있다는 경고예요. 미국에서는 2024년 말 연방 어류야생동물국이 멸종위기종법에 따라 '위협종(threatened)'으로 지정하는 안을 제안했어요. 최종 결정 여부는 시점에 따라 확인이 필요해요.
동부 개체군은 멕시코 월동지에서 나비가 덮고 있는 숲의 면적(헥타르)으로 수를 추정해요. 1990년대 중반에는 18ha 안팎까지 기록되었지만, 2013~2014년 겨울에는 1ha에도 못 미쳤고, 이후 해마다 크게 오르내리며 2023~2024년 겨울에도 1ha 안팎의 낮은 수준이 보고되었어요. 1ha에 수천만 마리가 있다고 보는 만큼, 장기적으로 크게 줄었다는 점은 분명해요.
서부 개체군은 감소가 더 극적이에요. 1980년대에는 캘리포니아 해안에서 수백만 마리가 겨울을 났다고 추정되지만, 2020년 무렵에는 2,000마리도 안 되는 수가 세어졌어요. 이후 몇 해 동안 20만~30만 마리 수준으로 회복했다가 다시 크게 줄었다는 보고도 있어, 해마다 변동이 매우 커요.
주요 위협 요인은 이래요.
- 제초제 사용 확대와 농경지 개발로 인한 박주가리 감소
- 월동지 숲의 벌채와 숲 건강 악화
-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폭염, 이상 한파
- 살충제 노출
- 꽃꿀 식물이 사라진 이동 경로
멕시코의 월동지 일대는 제왕나비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보호되며 2008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어요. 한국에는 제왕나비가 살지 않아 국내 법적 지위는 없어요.
13. 나비 정원과 사육 문제
제왕나비는 동물원보다는 나비 온실, 자연사 박물관, 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에서 자주 만날 수 있어요. 북아메리카에서는 애벌레를 길러 우화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수업이 흔해요.
하지만 사육에는 논란도 있어요.
- 결혼식이나 행사에서 나비를 한꺼번에 날려 보내는 이벤트용 나비 판매는 질병을 퍼뜨리고 유전적으로 다른 개체를 섞을 수 있다는 비판을 받아요.
- 실내에서 기른 제왕나비가 야생 나비보다 방향 감각이 떨어진다는 연구가 있어, 대량 사육 후 방사가 실제 보전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 제기되었어요.
- 좁은 공간에서 여러 마리를 키우면 OE 같은 기생충이 빠르게 퍼질 수 있어요.
그래서 보전 단체들은 나비를 길러 풀어 주기보다는 서식지에 박주가리와 꽃꿀 식물을 심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강조해요. 한국에서 제왕나비를 들여와 기르거나 풀어 주는 것은 외래 생물을 퍼뜨릴 수 있는 위험한 일이고, 살아 있는 곤충의 반입은 검역 규정에 따라 제한될 수 있어요.
14. 대중문화 속 제왕나비
제왕나비는 북아메리카에서 가장 사랑받는 곤충 중 하나예요. 미국의 여러 주가 제왕나비를 주 곤충으로 지정했고, 캐나다와 미국, 멕시코 세 나라를 잇는 이동 때문에 북미 협력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해요. 세 나라 정상들이 제왕나비 보전 협력을 약속한 적도 있어요.
멕시코 미초아칸주에서는 나비 도착 시기에 축제가 열리고, 제왕나비는 기념품, 벽화, 공예품의 단골 소재예요. '죽은 자의 날'과 맞물려 생명과 귀환, 변화의 상징으로 여겨져요.
문학과 영화에서 나비는 흔히 변신과 영혼을 뜻하는데, 제왕나비는 그중에서도 '먼 길을 떠나는 존재'를 상징해요. 제왕나비의 이동을 다룬 다큐멘터리와 아이맥스 영화, 그림책이 많이 만들어졌어요. 이동의 비밀을 밝힌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극화한 작품도 있어요.
영어권에서는 제왕나비 무늬가 학교 마스코트, 스포츠 팀 상징, 환경 단체 로고에 자주 쓰여요. 2000년대 이후에는 '박주가리를 심자'는 캠페인이 생기면서 정원 가꾸기 문화의 일부가 되었어요.
15. 여담
- 제왕나비 이동 세대는 몸무게의 상당 부분을 지방으로 채워 겨울을 나요. 봄에 멕시코를 떠날 때는 이 연료가 거의 바닥나 있어요.
- 바람을 잘 타면 북아메리카에서 대서양을 건너 영국과 아일랜드까지 날려 온 제왕나비가 드물게 기록되기도 해요.
- 애벌레가 박주가리 잎을 먹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많은 애벌레를 기르는 연구실도 있다고 해요. 다 자란 애벌레는 하루에 잎을 몇 장씩 먹어 치워요.
- 제왕나비의 독은 박주가리 종류에 따라 양이 크게 달라요. 독이 적은 박주가리를 먹고 자란 나비는 새에게 덜 역겨워요.
- 2010년 무렵 우주정거장에서 제왕나비 애벌레를 길러 무중력에서 우화하는 실험이 진행되기도 했어요.
- 왕나비아과의 수컷 중에는 특정 식물에서 화학물질을 모아 짝짓기 페로몬 재료로 쓰는 종이 있어요. 한국의 왕나비 수컷이 등골나물 같은 꽃에 잘 모이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고 해요.
- 날개 표식에는 작은 원형 스티커가 쓰이는데, 멕시코 월동지에서 발견된 표식은 출발지를 알려 주는 귀중한 자료가 돼요.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니에요. 포획·거래·사육은 대부분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다친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지역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제왕나비는 한국에도 사나요?
한국에는 자연적으로 살지 않아요. 대신 같은 왕나비아과의 왕나비가 봄에 남쪽에서 올라오고 가을에 내려가는 이동을 해서 비슷한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제왕나비는 멸종 위기인가요?
IUCN은 북아메리카 이동성 아종을 2022년 위기(EN)로 평가했다가 2023년 취약(VU)으로 조정했어요. 종 전체가 곧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장거리 이동 현상이 위협받고 있어요.
제왕나비를 돕는 가장 좋은 방법은요?
나비를 길러 풀어 주는 것보다 지역 토종 박주가리와 꽃꿀 식물을 심고 농약 사용을 줄이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사진 출처
사진은 위키미디어 공용(Wikimedia Commons)의 자유 이용 허락 사진이에요. 각 사진의 작가와 라이선스는 아래와 같아요.
- Danaus plexippus on flowers (48483505276).jpg — Mike's Birds from Riverside, CA, US · CC BY-SA 2.0
- Monarch (Danaus plexippus plexippus) underside Piedra Herrada.jpg — Charles J. Sharp · CC BY-SA 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