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말을 닮은 머리, 꼿꼿하게 선 몸, 무언가를 휘감을 수 있는 꼬리, 그리고 수컷이 새끼를 배는 놀라운 번식 방식. 해마는 물고기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독특한 생김새와 생활을 가진 동물이에요. 하지만 아가미로 숨 쉬고 지느러미로 헤엄치는 분명한 경골어류이고, 실고기와 해룡이 가까운 친척이에요.
해마는 해마속(Hippocampus)에 속하는 40여 종의 물고기를 통틀어 부르는 이름이에요. 손톱보다 작은 피그미 해마부터 30센티미터가 넘는 대형종까지 크기가 다양하고, 전 세계 열대와 온대의 얕은 바다에서 해초밭, 산호초, 맹그로브, 해조 숲 등에 붙어 살아요. 한국 바다에도 해마가 살아요.
해마는 헤엄이 매우 서툰 물고기로 유명해요. 등지느러미를 빠르게 떨어 천천히 나아가고, 대부분의 시간은 꼬리로 해초나 산호를 붙잡고 가만히 머물러요. 그 대신 주변 색에 맞춰 몸 색을 바꾸고, 눈을 각각 따로 움직여 사방을 살피며, 1,000분의 1초 단위의 빠른 속도로 먹이를 빨아들이는 사냥꾼이에요.
오늘날 해마는 전통 약재 거래, 관상용 채집, 새우 트롤 어업의 혼획, 해초밭과 산호초 파괴로 큰 위협을 받고 있어요. 해마속 전체가 CITES 부속서 II에 올라 국제 거래가 규제되고 있어요. 이 문서는 해마속 전체를 다루기 때문에 IUCN 등급은 '평가되지 않음(NE)'으로 표시했어요. IUCN은 속 단위가 아니라 종 단위로 평가하기 때문이에요. 종별 등급은 보전 현황 항목에서 따로 설명해요.
2. 이름과 분류

Florin DUMITRESCU · CC BY-SA 3.0
속명 Hippocampus는 그리스어로 '말'을 뜻하는 hippos와 '바다 괴물'을 뜻하는 kampos를 합친 말이에요. 그리스 신화에서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전차를 끄는, 앞은 말이고 뒤는 물고기인 상상의 동물 히포캄포스에서 이름을 따왔어요. 사람 뇌 속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 역시 생김새가 이 물고기를 닮았다고 해서 같은 이름이 붙었어요.
한국어 '해마(海馬)'는 '바다의 말'이라는 뜻의 한자어로, 동아시아에서 오래전부터 쓰인 이름이에요. 중국어와 일본어에서도 같은 한자를 쓰고, 일본에서는 '타츠노오토시고(용의 숨겨진 자식)'라는 재미있는 이름도 있어요.
해마는 실고기목 실고기과(Syngnathidae)에 속해요. 실고기과에는 해마 외에도 길고 가느다란 실고기, 해조처럼 생긴 해룡(시드래곤), 피그미 파이프호스 같은 무리가 있어요. 이들은 모두 관 모양의 주둥이, 뼈판으로 된 몸, 수컷이 알을 돌보는 번식 방식이라는 공통점이 있어요.
해마속에 몇 종이 있는지는 연구자마다 달라요. 생김새가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지고, 몸 색이 자주 바뀌어서 같은 종을 여러 종으로, 또는 다른 종을 같은 종으로 보는 일이 많았기 때문이에요. 현재는 대략 40~50종 정도로 보는 경우가 많고, 최근에도 새로운 피그미 해마 종이 계속 발견되고 있어요.
| 종 | 크기 | 특징 |
|---|---|---|
| 피그미 해마 (H. bargibanti) | 약 2cm 안팎 | 부채산호에 붙어 살며 산호와 똑같은 혹이 있음 |
| 데니스 피그미 해마 (H. denise) | 약 1.5~2cm | 가장 작은 해마 가운데 하나 |
| 배불뚝이 해마 (H. abdominalis) | 최대 약 35cm | 호주·뉴질랜드, 가장 큰 해마 가운데 하나 |
| 가시해마 (H. histrix) | 약 15cm | 몸에 가시가 많음 |
| 노랑해마 (H. kuda 무리) | 약 15~17cm | 인도-태평양에 넓게 분포, 관상용·약재 거래 많음 |
| 난쟁이 해마 (H. zosterae) | 약 2.5cm | 미국 멕시코만, 가장 느린 물고기로 기네스 기록 |
| 해마 (H. haema) | 약 10cm 안팎 | 한국·일본 근해, 2017년 신종으로 기재됨 |
한국 바다에 사는 해마는 오랫동안 다른 종으로 여겨져 왔는데, 2017년 연구에서 한국과 일본 근해의 개체가 별개의 신종으로 밝혀져 Hippocampus haema라는 학명을 얻었어요. 종소명 haema는 한국어 '해마'에서 따온 것이라고 해요. 한국 근해에는 이 밖에도 몇 종의 해마가 기록돼 있지만, 종 구분은 연구에 따라 차이가 있어요.
3. 진화
해마는 실고기와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어요. 분자 연구에 따르면 해마 무리가 실고기 계통에서 분리된 것은 대략 2,500만 년 전 무렵, 신생대 올리고세 시기로 추정돼요. 해마의 가장 가까운 친척은 몸이 반쯤 기울어진 '피그미 파이프호스'로, 실고기에서 해마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를 보여 주는 살아 있는 증거처럼 여겨져요.
해마가 왜 몸을 세우게 됐는지에 대해서는 흥미로운 설명이 있어요. 올리고세 무렵 따뜻하고 얕은 바다에 해초밭이 넓게 퍼지면서, 해초 줄기 사이에 꼿꼿이 서서 숨어 지내는 생활이 유리해졌다는 거예요. 꼬리로 해초를 붙잡고 세로로 서 있으면 해초 줄기와 구별하기 어려워 포식자의 눈을 피하기 좋아요. 또 몸을 세운 자세는 먹이를 향해 머리를 빠르게 휘두르는 사냥 방식에도 유리했다는 연구가 있어요.
해마 화석은 아주 드물어요.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화석 가운데 하나는 슬로베니아의 약 1,300만 년 전 지층에서 발견됐고, 이미 오늘날의 해마와 매우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었어요. 이보다 오래된 지층에서는 해마와 실고기의 중간 형태로 보이는 화석이 발견돼, 몸을 세우는 진화가 서서히 일어났음을 보여 줘요.
2016년에는 해마의 유전체가 분석돼 몇 가지 흥미로운 결과가 나왔어요. 해마는 다른 물고기에게 있는 이빨 관련 유전자 일부를 잃었고, 배지느러미 발달에 관여하는 유전자도 잃어 배지느러미가 없어요. 또 수컷의 육아낭 발달과 관련된 유전자들이 새롭게 늘어난 흔적도 발견됐어요.
4. 분포와 서식지

John Sear · CC BY 3.0
해마는 대략 북위 50도에서 남위 50도 사이의 전 세계 얕은 바다에 살아요. 종 다양성이 가장 높은 곳은 인도네시아·필리핀·호주 북부를 포함한 인도-서태평양 지역이에요. 대서양에는 비교적 적은 수의 종이 살고, 영국과 유럽 연안에도 해마가 있어요.
해마가 사는 곳은 대부분 수심 1~30미터 정도의 얕은 연안이에요. 서식지 유형은 다음과 같아요.
- 해초밭: 잘피(거머리말) 같은 해초 줄기를 꼬리로 붙잡고 사는 종이 많아요. 한국 해마도 잘피밭에서 자주 발견돼요.
- 산호초와 부채산호: 피그미 해마는 특정 부채산호 한 군체에서 평생을 보내기도 해요.
- 맹그로브 뿌리와 하구: 염분 변화에 강한 일부 종은 하구 근처에 살아요.
- 해조 숲과 바위 해안: 온대 바다의 해마는 모자반 같은 해조류에 붙어 살아요.
- 인공 구조물: 부두 기둥, 그물, 밧줄 같은 곳에서도 해마가 발견돼요.
해마는 이동 범위가 아주 좁아요. 많은 종이 몇 제곱미터에서 수백 제곱미터 정도의 좁은 공간에서 지내고, 같은 해초 줄기에 며칠씩 머무르기도 해요. 그래서 서식지가 한 번 파괴되면 다른 곳으로 옮겨 가기 어려워요. 다만 폭풍에 해조류 덩어리와 함께 떠밀려 먼 곳까지 흘러가는 경우가 있어서, 이런 '뗏목 이동'이 해마가 넓게 퍼질 수 있었던 비결로 여겨져요.
한국에서는 남해안과 제주도, 동해 남부의 잘피밭과 해조 숲에서 해마가 관찰돼요. 연안 매립과 잘피밭 감소로 서식지가 줄고 있어 관심이 필요해요.
5. 신체 특징
해마의 몸은 비늘 대신 피부 아래에 있는 뼈판이 고리 모양으로 이어진 갑옷으로 덮여 있어요. 이 단단한 갑옷 덕분에 포식자가 쉽게 삼키지 못하지만, 몸을 유연하게 구부려 빠르게 헤엄치는 것은 불가능해요.
| 부위 | 특징 |
|---|---|
| 머리 | 몸과 거의 직각으로 꺾여 있음, 정수리에 왕관 같은 돌기(코로넷) |
| 주둥이 | 이빨 없는 긴 관 모양, 먹이를 빨아들이는 빨대 역할 |
| 눈 | 좌우가 따로 움직임, 동시에 다른 방향을 볼 수 있음 |
| 지느러미 | 등지느러미 하나로 추진, 가슴지느러미로 방향 조절, 배지느러미 없음, 꼬리지느러미 없음 |
| 꼬리 | 물건을 감아쥘 수 있는 쥐는 꼬리 |
| 육아낭 | 수컷의 배에 있는 주머니 |
해마의 꼬리는 특히 연구자들의 관심을 받아 왔어요. 대부분 동물의 꼬리는 단면이 둥글지만, 해마 꼬리는 단면이 사각형에 가까워요. 2015년 무렵 연구에서 이 사각형 구조가 비틀림에 강하고, 눌렸을 때 부서지지 않고 맞물려 버티며, 물체를 더 단단히 쥘 수 있게 해 준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이 원리는 로봇 팔과 보호 장비 설계에 응용할 아이디어로 주목받았어요.
해마는 몸 색을 바꾸는 능력이 뛰어나요. 피부의 색소 세포를 조절해 주변 해초나 산호와 비슷한 색으로 바꾸고, 일부 종은 피부에 해조류처럼 생긴 돌기를 길러 더 감쪽같이 숨어요. 구애할 때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색이 변해요. 정수리의 돌기(코로넷) 모양은 개체마다 조금씩 달라서 사람의 지문처럼 개체 식별에 쓰여요.
해마에게는 위가 없어요. 먹은 먹이가 소화관을 빠르게 지나가기 때문에 영양분을 충분히 흡수하려면 거의 하루 종일 먹어야 해요. 수컷과 암컷은 수컷의 육아낭으로 구별하고, 일부 종은 암수의 몸 색이나 주둥이 길이에도 차이가 있어요.
6. 생태와 습성

Denise Chan (denn) from Hong Kong, China · CC BY-SA 2.0
해마는 물고기 가운데 가장 느린 헤엄꾼 축에 들어요. 몸을 세운 채 등지느러미를 1초에 30~70번 정도 빠르게 떨어 앞으로 나아가고, 머리 양옆의 작은 가슴지느러미로 방향을 잡아요. 미국 멕시코만에 사는 난쟁이 해마는 한 시간에 1.5미터 정도밖에 움직이지 못한다고 알려져 가장 느린 물고기로 소개되곤 해요. 그래서 해마는 물살이 센 곳을 피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꼬리로 해초나 산호를 붙잡은 채 매복해요.
해마는 몸 안의 부레로 뜨고 가라앉는 것을 조절해요. 부레의 공기량을 바꿔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일 수 있어요. 부레에 문제가 생기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생존이 어려워져요.
많은 해마 종은 낮에 활동하고 밤에는 꼬리로 한곳을 붙잡고 쉬어요. 일부 종은 짝을 이룬 수컷과 암컷이 영역을 나눠 지내는데, 수컷은 1제곱미터 남짓의 아주 좁은 공간에 머물고 암컷은 그보다 넓은 범위를 돌아다녀요.
해마의 가장 사랑스러운 습성은 '아침 인사'예요. 일부 일부일처 종에서는 짝을 이룬 암수가 매일 아침 만나 몇 분 동안 서로의 꼬리를 감거나 나란히 빙빙 돌며 몸 색을 밝게 바꾸는 의식을 치러요. 이 인사가 끝나면 다시 각자의 영역으로 흩어져 하루를 보내요. 연구자들은 이 행동이 짝의 유대를 유지하고 번식 시기를 맞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봐요.
7. 먹이
해마는 육식성 매복 사냥꾼이에요. 요각류, 단각류, 곤쟁이(미시드 새우), 작은 새우, 갑각류 유생, 작은 물고기 치어처럼 살아 움직이는 작은 동물을 먹어요. 위가 없고 소화가 빨라서 하루에 아주 많은 횟수를 사냥해야 해요. 어린 해마는 하루에 수천 마리의 플랑크톤을 먹는다는 관찰도 있어요.
해마의 사냥 방식은 '피벗 섭식'이라고 불려요. 먹이가 주둥이 가까이 다가오면 머리를 위로 휙 들어 올리듯 회전시켜 주둥이 끝을 먹이 쪽으로 가져가고, 동시에 주둥이 속 공간을 순식간에 넓혀 물과 함께 먹이를 빨아들여요. 이 동작은 1,000분의 1초 단위의 아주 짧은 시간에 끝나서, 사람 눈으로는 먹이가 갑자기 사라진 것처럼 보여요. 해마 머리 근육과 힘줄에 저장된 탄성 에너지가 용수철처럼 한꺼번에 풀리며 이런 속도를 만들어 낸다고 설명돼요.
해마는 머리 모양 덕분에 먹이에게 '몰래' 다가갈 수 있어요. 2013년 무렵 연구에서 해마 머리는 헤엄칠 때 앞쪽 물을 거의 흔들지 않는 형태를 하고 있어, 물의 움직임을 예민하게 느끼는 요각류도 해마가 가까이 오는 것을 잘 알아채지 못한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해마는 느리지만 들키지 않고 다가가 순식간에 낚아채는 전략을 쓰는 거예요.
두 눈을 따로 움직일 수 있어서 한쪽 눈으로 먹이를 살피면서 다른 쪽 눈으로 포식자를 경계할 수 있어요. 해마는 주로 시각에 의존해 사냥하기 때문에, 물이 탁해지면 사냥 성공률이 떨어져요.
8. 번식과 일생

해마는 동물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수컷이 임신하는' 동물로 유명해요. 실고기과의 다른 물고기도 수컷이 알을 돌보지만, 해마는 완전히 닫힌 육아낭 속에서 알을 품는다는 점에서 가장 발달한 형태예요.
번식 과정은 대략 이렇게 진행돼요. 짝을 이룬 암수는 며칠에 걸쳐 함께 빙빙 돌고, 몸 색을 바꾸고, 꼬리를 감는 구애 행동을 해요. 이 '춤'은 길게는 몇 시간씩 이어지기도 해요. 준비가 끝나면 두 마리가 나란히 물기둥 위로 떠오르고, 암컷이 산란관을 수컷의 육아낭 입구에 넣어 알을 옮겨 줘요. 수컷은 육아낭 안에서 알을 수정시켜요.
수컷의 육아낭은 단순한 주머니가 아니라 포유류의 자궁과 비슷한 역할을 해요. 육아낭 벽에는 혈관이 풍부하게 발달해 있어 배아에게 산소를 공급하고, 노폐물을 제거하며, 주머니 속 액체의 염분을 바깥 바닷물에 가깝게 서서히 조절해 새끼가 태어난 뒤 적응할 수 있게 해 줘요. 지방이나 칼슘 같은 영양분을 일부 공급한다는 연구도 있고, 면역 관련 물질도 전달하는 것으로 보여요.
| 항목 | 일반적인 범위 |
|---|---|
| 임신 기간 | 약 2~4주 (종과 수온에 따라 다름) |
| 한 번에 태어나는 새끼 수 | 소형종 5~수십 마리, 대형종 수백~1,000마리 이상 |
| 갓 태어난 새끼 크기 | 약 5~15mm |
| 성숙 나이 | 수개월~1년 정도 |
| 야생 수명 | 소형종 약 1년, 대형종 3~5년 정도로 추정 |
출산 때가 되면 수컷은 몸을 앞뒤로 구부리며 근육을 수축시켜 육아낭에서 새끼를 내뿜듯 내보내요. 출산이 몇 시간에 걸쳐 이어지기도 해요. 태어난 새끼는 부모와 똑같이 생긴 작은 해마이고, 이때부터 부모의 보살핌 없이 혼자 살아가요. 많은 종에서 수컷은 출산 후 바로 다음 알을 받아 다시 임신하기 때문에, 번식철 동안 거의 쉬지 않고 임신 상태를 유지해요.
한 번에 태어나는 새끼 수는 많지만 생존율은 매우 낮아서, 1,000마리 가운데 어른이 되는 것은 몇 마리에 불과하다는 추정이 있어요.
수컷이 임신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가설이 있어요. 수컷이 알을 맡으면 암컷은 그동안 다음 알을 준비할 수 있어서, 짝 전체로 보면 번식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 대표적이에요.
9. 특별한 능력
해마는 작고 느린 물고기지만 몇 가지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 독립적인 눈: 카멜레온처럼 두 눈을 따로 움직여 넓은 시야를 확보해요.
- 위장술: 몸 색 변화와 피부 돌기로 주변 환경에 녹아들어요. 피그미 해마는 붙어 사는 부채산호의 색과 혹 모양까지 똑같이 흉내 내서, 산호를 채집해 연구실에 가져온 뒤에야 발견됐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 초고속 섭식: 동물 세계에서 손꼽히는 빠른 먹이 낚아채기 동작을 가지고 있어요.
- 쥐는 꼬리: 사각형 단면의 꼬리로 물체를 단단히 붙잡아요.
- 소리 내기: 머리뼈의 돌기와 정수리 뼈를 마찰시켜 '딸깍' 하는 소리를 내요. 먹이를 먹을 때나 구애할 때,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런 소리가 난다고 알려져 있고, 일부 종은 낮게 으르렁거리는 듯한 소리도 낸다는 연구가 있어요.
해마의 지능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지만, 짝을 알아보고 매일 같은 장소에서 만나 인사하는 행동은 개체를 구별하고 기억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 줘요. 해마는 자기 영역의 지형을 잘 기억해 같은 해초 줄기로 돌아오기도 해요.
10. 천적과 생존

prilfish · CC BY 2.0
다 자란 해마는 단단한 뼈판 갑옷과 뛰어난 위장 덕분에 천적이 비교적 적은 편이에요. 그래도 게, 큰 물고기(다랑어, 만새기, 쏨뱅이류 등), 가오리, 바닷새, 거북 등이 해마를 잡아먹어요. 해마는 맛이 없거나 소화가 잘 안 되는 먹잇감이라 포식자가 일부러 노리는 경우는 적다는 의견도 있어요. 실제로 대형 물고기의 위에서 해마가 발견되기도 하지만, 그 비중은 높지 않아요.
갓 태어난 새끼 해마는 사정이 전혀 달라요. 몇 밀리미터밖에 되지 않는 새끼는 한동안 물에 떠다니는 플랑크톤처럼 지내서 수많은 물고기와 해파리 등의 먹이가 돼요. 그래서 새끼의 대부분이 첫 몇 주 안에 사라져요.
해마에게 더 큰 위협은 서식지 변화예요. 해마는 이동 범위가 좁고 헤엄이 느려서, 해초밭이 사라지거나 산호초가 훼손되면 다른 곳으로 피하지 못해요. 폭풍이 지나간 뒤에는 해조류와 함께 해변으로 떠밀려 와 죽는 해마가 발견되기도 해요. 수온 상승으로 해초밭과 산호초가 줄어드는 것도 장기적인 위협이에요.
11. 인간과의 관계
해마는 오래전부터 약재로 쓰여 왔어요. 동아시아 전통 의학에서는 말린 해마를 강장제나 여러 증상의 약재로 써 왔고, 지금도 해마는 국제적으로 대량 거래되는 약재 가운데 하나예요. 해마 국제 거래 규모는 연간 수천만 마리에 이른다는 추정이 있고, 그 대부분이 말린 해마예요. 이런 효능에 대해서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아요.
말린 해마의 상당수는 일부러 잡은 것이 아니라, 새우를 잡는 저인망 그물에 함께 걸려 올라온 혼획물이에요. 바닥을 훑는 저인망은 해마뿐 아니라 해마가 사는 해초밭과 바닥 생태계까지 망가뜨려요. 혼획된 해마가 버려지지 않고 팔리면서 거래가 계속 유지되는 구조예요.
살아 있는 해마는 관상용으로도 거래돼요. 독특한 생김새 때문에 수족관 애호가에게 인기가 높지만, 해마는 살아 있는 먹이를 자주 먹어야 하고 수질에 민감해 기르기 어려운 물고기예요. 야생에서 잡은 해마는 인공 먹이에 적응하지 못해 금방 죽는 경우가 많아요. 최근에는 양식 해마가 늘었지만, 여전히 야생 채집 개체가 거래되고 있어요. 말린 해마는 열쇠고리나 기념품으로 팔리기도 해요.
해마는 관상용으로 키우려면 특히 신중해야 하는 동물이에요. 국제 거래에는 CITES 허가가 필요하고, 나라에 따라 채집과 판매가 금지돼 있어요. 바다에서 해마를 발견하면 만지거나 잡지 말고 눈으로만 감상해야 해요. 해마는 작은 스트레스에도 쉽게 약해져요.
한편 해마는 사람들에게 '수컷이 아이를 낳는 물고기'로 깊은 인상을 남겨, 육아와 성 역할에 대한 대화에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기도 해요.
12. 보전 현황
앞에서 말했듯 IUCN은 종 단위로 평가하기 때문에 '해마' 전체에 대한 하나의 등급은 없어요. 이 문서의 프로필에 NE(평가되지 않음)를 표시한 이유예요. 종별로 보면 상황이 다양해요.
- 상당수 종: 정보 부족(DD)으로 분류돼요. 해마는 작고 숨어 지내며 종 구분이 어려워, 개체 수를 파악할 자료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요.
- 여러 종: 취약(VU)으로 분류돼요. 인도-태평양에서 대량 거래되는 노랑해마 무리와 가시해마 등이 여기에 포함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 일부 종: 위기(EN)로 분류돼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좁은 하구에만 사는 크니스나 해마(H. capensis), 호주 동부의 화이트 해마(H. whitei) 등이 대표적이에요.
- 일부 종: 관심대상(LC)으로 분류돼요.
종별 등급은 재평가에 따라 바뀔 수 있으니 최신 적색목록을 확인하는 것이 좋아요.
해마속 전체는 2002년 CITES 부속서 II에 올라 2004년부터 규제가 시행됐어요. 상업적으로 중요한 바닷물고기 무리가 통째로 CITES에 오른 첫 사례로 알려져 있어요. 이에 따라 수출국은 거래가 야생 집단에 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만 수출을 허가해야 하고, 해마는 일정 크기(약 10cm) 이상만 거래하도록 권고되기도 했어요. 그러나 불법 거래와 밀수가 여전히 많아 규제의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있어요.
주요 위협 요인은 다음과 같아요.
- 약재와 기념품 거래를 위한 포획
- 새우 저인망 등 어업의 혼획
- 관상용 채집
- 해초밭·산호초·맹그로브 파괴와 연안 개발
- 수질 오염과 기후 변화
보전 활동으로는 해양보호구역 지정, 해초밭 복원, 저인망 금지 구역 설정, 시민 과학 관찰 프로그램, 양식 기술 개발 등이 있어요. 영국에서는 해마 두 종이 법으로 보호받고, 여러 나라에서 해마 서식지 보호 사업이 이어지고 있어요.
한국에서의 법적 지위는 종과 고시에 따라 다를 수 있어 최신 해양보호생물 목록을 확인할 필요가 있어요. 한국 해마가 사는 잘피밭은 연안 매립과 오염으로 크게 줄어, 잘피밭 복원 사업이 해마 보전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져요.
13. 수족관에서
해마는 공공 수족관에서 인기 있는 전시 동물이에요. 여러 종의 해마와 해룡을 한곳에 모은 전시관을 운영하는 곳도 있어요. 수족관은 해마의 번식 생물학을 연구하고, 양식 기술을 발전시키며, 해마 보전의 필요성을 알리는 역할을 해요. 일부 수족관은 야생 집단 복원을 위한 번식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도 해요.
해마를 사육하는 일은 쉽지 않아요. 살아 있는 먹이나 냉동 곤쟁이를 하루에 여러 번 줘야 하고, 물살이 약하고 꼬리로 붙잡을 구조물이 많은 수조가 필요해요. 빠르게 헤엄치는 물고기와 함께 두면 먹이 경쟁에서 밀리고, 세균 감염과 부레 질환에도 취약해요. 공공 수족관에서는 이런 조건을 맞추기 위해 해마 전용 수조를 따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아요.
윤리적 논쟁은 주로 가정용 관상어 거래에 집중돼요. 야생에서 잡은 해마는 사육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는 경우가 많고, 야생 채집이 개체 수 감소의 원인이 될 수 있어요. 만약 해마를 기르고 싶다면 반드시 양식 개체를 고르고, 충분한 지식과 장비를 갖춘 뒤 시작해야 해요. 이국적인 생김새만 보고 충동적으로 들이는 것은 해마에게도 사람에게도 좋지 않아요.
14. 대중문화 속 해마
해마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히포캄포스에서 이름을 얻었을 만큼 오래전부터 상상력을 자극해 온 동물이에요. 고대 지중해의 모자이크와 동전, 분수 조각에는 바다의 신이 해마 모양의 괴물이 끄는 전차를 타고 바다를 달리는 장면이 자주 등장해요. 로마의 트레비 분수에도 히포캄포스 조각이 있어요.
동아시아에서 해마는 용과 연결되기도 했어요. 일본 이름 '용의 숨겨진 자식'처럼 해마를 작은 용으로 여기는 시각이 있었고, 약재로서의 이미지도 강했어요. 수컷이 새끼를 낳는다는 특징 때문에 해마는 순산과 다산을 기원하는 부적으로 쓰이기도 했다고 해요.
현대 문화에서 해마는 '헌신적인 아빠'의 상징이에요. 아버지의 날 카드나 육아 관련 캠페인에 해마가 등장하고, 동화와 그림책에서도 아빠 해마가 새끼를 품는 이야기가 자주 다뤄져요. 에릭 칼의 그림책 「Mister Seahorse」처럼 해마 아빠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도 있어요. 애니메이션 「인어공주」 같은 바다 배경 작품에서는 해마가 전령이나 탈것으로 등장해요.
뇌의 기억 중추에 '해마'라는 이름이 붙은 것도 이 동물이 문화에 남긴 흔적이에요. 16세기 이탈리아 해부학자가 이 뇌 구조가 해마를 닮았다고 해서 이름을 붙였다고 알려져 있어요.
15. 여담
- 해마는 꼬리지느러미가 없는 물고기예요. 대신 꼬리가 손처럼 물체를 붙잡아요.
- 해마의 주둥이에는 이빨이 없어요. 먹이를 씹지 않고 통째로 삼켜요.
- 해마는 몸을 세운 채 헤엄치는 거의 유일한 물고기 무리예요.
- 한국 바다에 사는 해마 Hippocampus haema의 학명은 한국어 이름 '해마'에서 왔다고 알려져 있어요. 한국어 단어가 학명에 들어간 드문 사례예요.
- 피그미 해마는 너무 작고 위장이 완벽해서, 숙련된 현지 가이드가 없으면 다이버들이 바로 앞에 두고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 해마 수컷은 임신 중에도 배가 불룩해지는데, 출산 직전에는 육아낭이 터질 듯 부풀어 보여요.
- 일부 해마 종에서는 암컷이 더 화려한 색을 띠고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등, 보통의 물고기와 성 역할이 뒤바뀐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해요.
- 해마의 사각형 꼬리 구조는 로봇 공학자들이 본떠 만든 '해마 꼬리 로봇 팔' 연구로 이어졌어요.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니에요. 포획·거래·사육은 대부분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다친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지역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IUCN 등급이 왜 '평가되지 않음(NE)'인가요?
IUCN은 속이 아니라 종 단위로 평가하기 때문에 '해마' 전체에 대한 등급은 없어요. 종별로는 정보 부족(DD)이 많고, 취약(VU)과 위기(EN) 종도 여럿 있어요.
정말 수컷이 새끼를 낳나요?
네. 암컷이 수컷의 육아낭에 알을 넣어 주면, 수컷이 2~4주 정도 알을 품으며 산소와 일부 영양을 공급하고 다 자란 새끼를 낳아요.
한국 바다에도 해마가 있나요?
네. 남해안과 제주의 잘피밭과 해조 숲에서 볼 수 있어요. 한국·일본 근해의 해마는 2017년 신종으로 기재돼 한국어 '해마'에서 딴 Hippocampus haema라는 학명을 얻었어요.
사진 출처
사진은 위키미디어 공용(Wikimedia Commons)의 자유 이용 허락 사진이에요. 각 사진의 작가와 라이선스는 아래와 같아요.
- Hippocampus hippocampus (on Ascophyllum nodosum).jpg — Hans Hillewaert · CC BY-SA 4.0
- Black Sea fauna Seahorse.JPG — Florin DUMITRESCU · CC BY-SA 3.0
- HSatomiaeJohnSear.jpg — John Sear · CC BY 3.0
- Hippocampus elongatus.jpg — Denise Chan (denn) from Hong Kong, China · CC BY-SA 2.0
- Hippocampus hystrix (Spiny seahorse).jpg — Nhobgood Nick Hobgood · CC BY-SA 3.0
- Hippocampus jayakari, Egipto.jpg — prilfish · CC BY 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