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개요
레서판다는 히말라야와 중국 남서부의 높은 산림에 사는 작은 포유류예요. 고양이보다 조금 큰 몸집에 적갈색 털, 흰 무늬가 있는 얼굴, 고리 무늬가 선명한 굵은 꼬리를 가지고 있어서, 처음 보는 사람들은 너구리나 여우의 친척이라고 생각하기 쉬워요. 하지만 레서판다는 레서판다과라는 독자적인 과에 속하는, 지금 살아 있는 유일한 종류예요.
이름에 '판다'가 들어가지만 자이언트판다와는 가까운 친척이 아니에요. 둘 다 대나무를 주로 먹고, 손목뼈가 변한 '가짜 엄지'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은 서로 다른 계통이 비슷한 환경에 적응하면서 생긴 '수렴 진화'의 결과예요. 오히려 '판다'라는 이름은 레서판다가 먼저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 재미있어요.
레서판다는 귀여운 생김새 덕분에 동물원의 인기 동물이지만, 야생에서는 숲이 사라지고 조각나면서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적색목록의 '위기(EN)' 등급에 올라 있어요. 숲속 나무 위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이 동물은 생각보다 훨씬 예민하고, 특별한 환경이 필요한 야생동물이에요.
2. 이름과 분류

Marie Chappell · CC BY 4.0
레서판다의 학명은 Ailurus fulgens예요. 속명 Ailurus는 그리스어로 '고양이'라는 뜻이고, 종소명 fulgens는 라틴어로 '빛나는', '불타는 듯한'이라는 뜻이에요. 붉게 빛나는 털을 가진 고양이 같은 동물이라는 의미예요. 19세기 초 이 동물을 서양 학계에 소개한 프랑스 박물학자는 레서판다를 두고 아주 아름다운 동물이라고 극찬했다고 전해져요.
'판다'라는 말의 기원은 확실하지 않지만, 네팔 등 히말라야 지역의 말에서 왔다는 설이 널리 알려져 있어요. 나중에 중국의 커다란 흑백 곰이 알려지면서 그쪽이 '자이언트판다'가 되었고, 원래의 판다에는 '작은'이라는 뜻의 '레서(lesser)'나 '붉은'이라는 뜻의 '레드(red)'가 붙었어요. 한국에서는 '레서판다'가 가장 흔히 쓰이고, '레드판다', '붉은판다'라고도 해요. 중국어로는 '샤오슝마오(小熊猫, 작은 곰고양이)'라고 불러요. 영어권에서는 '파이어폭스(불여우)'라는 별명도 있어요.
레서판다는 오랫동안 분류가 어려운 동물이었어요. 한때는 너구리과로, 한때는 곰과로 분류되었지만, 분자 유전학 연구를 통해 족제비, 스컹크, 너구리 등을 포함하는 '족제비상과(Musteloidea)' 안의 독립된 과로 자리 잡았어요. 지금은 레서판다과(Ailuridae)에 속하는 유일한 현생 동물이에요.
2.1. 한 종인가, 두 종인가
레서판다는 전통적으로 두 아종으로 나뉘어 왔어요.
| 구분 | 학명 | 분포 | 특징 |
|---|---|---|---|
| 히말라야레서판다 | A. f. fulgens | 네팔·인도 북동부·부탄·티베트 남부 | 얼굴이 비교적 희고 털빛이 밝은 편 |
| 중국레서판다 | A. f. styani(또는 A. styani) | 중국 쓰촨·윈난, 미얀마 북부 | 털빛이 더 짙은 적갈색, 꼬리 고리가 뚜렷한 편 |
2020년에 발표된 유전체 연구는 두 집단이 유전적으로 뚜렷이 다르다며 각각 별개의 종, 즉 히말라야레서판다(Ailurus fulgens)와 중국레서판다(Ailurus styani)로 나눠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이 연구는 티베트 남동부를 흐르는 큰 강이 두 집단의 경계가 되었다고 보았어요. 다만 이 구분이 모든 학자와 기관에서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어서, 여전히 한 종 두 아종으로 다루는 경우도 많아요.
3. 진화
오늘날 레서판다과에는 한 종(또는 두 종)만 남아 있지만, 과거에는 이 무리가 훨씬 다양하고 넓게 퍼져 있었어요. 레서판다의 친척 화석은 유럽, 아시아, 북아메리카에서 발견돼요.
레서판다과의 조상은 유럽에서 처음 나타난 것으로 보이며, 마이오세 무렵에는 여러 종이 유라시아에 살았어요. 이후 이들의 일부가 베링 육교를 건너 북아메리카로 퍼졌어요. 미국 테네시주의 한 화석 산지에서는 약 500만 년 전 무렵의 레서판다 친척 화석이 발견되었는데, 오늘날 레서판다보다 몸집이 컸고 이미 가짜 엄지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여요. 유럽에서도 플라이오세 무렵의 레서판다 친척 화석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었어요.
이렇게 넓게 퍼져 있던 레서판다과는 기후가 변하면서 대부분 사라졌고, 서늘하고 습한 히말라야와 중국 남서부의 산림에 살던 계통만 살아남았어요. 그래서 레서판다는 흔히 '살아 있는 화석'에 가까운 동물로 소개되기도 해요.
레서판다의 가짜 엄지는 자이언트판다의 가짜 엄지와 겉보기에 비슷하지만, 두 동물이 대나무를 먹기 시작하기 전부터 각각 독립적으로 발달했을 가능성이 제기돼요. 레서판다의 조상은 원래 나무 위에서 생활하며 가짜 엄지를 나뭇가지를 잡는 데 썼고, 나중에 대나무를 쥐는 데도 쓰게 되었다는 해석이 있어요.
4. 분포와 서식지

Rainer Halama · CC BY-SA 3.0
레서판다는 히말라야 산맥과 중국 남서부의 산악 지대에 살아요. 네팔, 인도 북동부(시킴, 아루나찰프라데시, 서벵골 북부 등), 부탄, 미얀마 북부, 그리고 중국의 티베트 남동부, 윈난성, 쓰촨성에 분포해요.
서식지는 대략 해발 2,200~4,800m 사이의 온대 산림이에요. 참나무, 단풍나무, 진달래, 전나무 같은 나무가 자라는 숲 아래로 대나무가 빽빽하게 자라는 곳을 좋아해요. 비와 안개가 많고 기온이 서늘한 환경으로, 레서판다는 더위에 매우 약해서 25℃ 정도만 넘어도 힘들어해요. 나무 구멍이나 바위 틈을 쉼터로 쓰고, 쓰러진 나무와 이끼가 많은 오래된 숲에서 살아요.
| 지역 | 서식 환경 |
|---|---|
| 네팔·인도·부탄 | 히말라야 동부의 온대림, 대나무 하층 식생 |
| 미얀마 북부 | 산지 숲, 정보가 적어 개체 수 파악이 어려움 |
| 중국 남서부 | 쓰촨·윈난의 산림, 자이언트판다와 서식지가 일부 겹침 |
중국 쓰촨성 일부 지역에서는 레서판다와 자이언트판다가 같은 숲에서 함께 살아요. 둘 다 대나무를 먹지만, 자이언트판다는 줄기와 죽순을 많이 먹고 레서판다는 주로 연한 잎을 골라 먹어서 경쟁을 줄인다고 알려져 있어요.
5. 신체 특징
레서판다는 고양이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큰 몸집에, 몸만큼 긴 꼬리를 가지고 있어요.
| 항목 | 수치 |
|---|---|
| 머리몸길이 | 약 50~64cm |
| 꼬리 길이 | 약 28~50cm |
| 몸무게 | 약 3~6kg |
| 암수 차이 | 거의 없음 |
털은 등 쪽이 선명한 적갈색이고, 배와 다리는 검은빛이 도는 짙은 갈색이에요. 얼굴은 흰 바탕에 눈 아래에서 입가로 이어지는 적갈색 '눈물 자국' 무늬가 있고, 귀 가장자리는 희어요. 이 얼굴 무늬는 개체마다 조금씩 달라요. 꼬리는 굵고 복슬복슬하며 짙고 옅은 고리 무늬가 번갈아 있어요.
이 화려한 색은 눈에 잘 띌 것 같지만, 실제로는 숲에서 훌륭한 위장 역할을 해요. 레서판다가 사는 숲의 나무에는 적갈색 이끼와 흰 지의류가 많이 붙어 있어서, 나무 위에 웅크린 레서판다는 주변과 잘 어울려요.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포식자에게는 검은 배가 그늘처럼 보여 몸을 숨기는 데 도움이 돼요.
발바닥은 털로 덮여 있어서 차갑고 미끄러운 나뭇가지와 눈 위에서도 체온을 지키고 미끄러지지 않게 해 줘요. 발톱은 반쯤 집어넣을 수 있고 날카로워서 나무를 잘 타요. 발목 관절이 유연해서 나무에서 내려올 때 머리부터 내려올 수 있어요.
앞발에는 자이언트판다처럼 손목뼈가 길게 자란 '가짜 엄지'가 있어서, 대나무 줄기를 잡고 잎을 훑어 먹는 데 써요.
레서판다의 두꺼운 털과 굵은 꼬리는 추운 산에서 살아남기 위한 장치예요. 잠을 잘 때는 몸을 동그랗게 말고 꼬리로 얼굴을 감싸 이불처럼 덮어요.
6. 생태와 습성

레서판다는 대부분의 시간을 나무 위에서 보내는 동물이에요. 먹이를 찾을 때는 땅으로 내려오기도 하지만, 쉬거나 잠을 잘 때, 그리고 위험을 피할 때는 나무 위로 올라가요. 나뭇가지 위에 엎드려 네 다리를 축 늘어뜨린 채 자는 모습은 레서판다의 대표적인 모습이에요.
레서판다는 주로 새벽과 해 질 무렵에 활동하는 '박명박모성' 동물이에요. 밤에도 어느 정도 활동하고, 한낮에는 나무 위에서 쉬어요. 하루의 상당 부분을 먹고 쉬는 데 써요.
레서판다는 혼자 사는 동물이에요. 번식기를 제외하면 다른 레서판다와 어울리지 않고, 각자 행동권을 가지고 살아요. 행동권의 크기는 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대략 1~10제곱킬로미터 안팎으로 보고돼요. 수컷의 행동권은 암컷보다 넓고, 여러 암컷의 행동권과 겹치는 경향이 있어요.
레서판다는 에너지를 아끼는 데 아주 능숙해요. 대나무 잎은 영양가가 낮기 때문에, 레서판다는 활동량을 줄이고 신진대사를 낮게 유지해요. 추운 날에는 몸을 동그랗게 말아 체온을 지키고, 아주 추울 때는 신진대사율을 더 낮춰 에너지를 아낀다는 연구가 있어요. 반대로 더울 때는 나뭇가지 위에 몸을 길게 늘어뜨려 열을 식혀요.
레서판다는 깔끔한 동물이기도 해요. 고양이처럼 앞발을 핥아 얼굴과 몸을 닦고, 자주 털을 고르는 모습이 관찰돼요.
7. 먹이
레서판다는 분류상 식육목(육식동물 무리)에 속하지만, 실제 먹이의 대부분은 대나무예요. 먹이의 80~90% 이상이 대나무 잎과 죽순이라는 연구가 많고, 특히 연하고 영양가가 높은 어린 잎을 골라 먹어요. 계절에 따라 죽순이 돋는 시기에는 죽순을 즐겨 먹어요.
대나무 외에도 레서판다는 과일, 도토리, 열매, 뿌리, 버섯, 꽃, 이끼 같은 식물성 먹이를 먹고, 가끔은 새알, 작은 새, 곤충, 작은 설치류를 먹기도 해요. 사육 상태에서는 대나무와 함께 과일, 전용 사료, 삶은 달걀 등을 주는데, 단맛을 좋아해서 사과나 포도 같은 과일을 특히 좋아해요.
레서판다의 소화 기관은 자이언트판다처럼 육식동물의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위가 단순하고 장이 짧아서, 대나무의 섬유질을 효율적으로 소화하지 못해요. 그래서 먹은 대나무 가운데 실제로 소화하는 비율은 20% 남짓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어요. 이를 보완하기 위해 레서판다는 많은 양을 먹고, 가장 영양가 높은 부분만 골라 먹으며, 에너지를 최대한 아끼는 방향으로 생활해요. 하루에 먹는 대나무 잎의 양은 몸무게에 비해 상당히 많은데, 몸무게의 20~30%에 이른다는 추정도 있어요.
레서판다는 앞발과 가짜 엄지로 대나무 줄기를 잡고, 입으로 잎을 훑어 먹어요. 어금니로 잎을 잘게 씹어 삼키는데, 대나무를 먹는 데 하루 중 많은 시간을 써요.
8. 번식과 일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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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서판다의 번식기는 대개 겨울, 1~3월 무렵이에요. 혼자 살던 수컷과 암컷이 이 시기에만 만나 짝짓기를 해요. 암컷의 발정 기간은 하루 이틀 정도로 아주 짧다고 알려져 있어요.
레서판다도 자이언트판다처럼 '착상 지연'을 해요. 그래서 임신 기간이 약 110~160일로 개체마다 차이가 커요. 출산은 대개 늦봄에서 여름 사이, 6~7월 무렵에 이루어지는데, 이 시기는 새로운 대나무 잎과 죽순이 풍부해서 어미가 젖을 먹이기에 좋은 때예요.
출산이 가까워지면 암컷은 나무 구멍이나 바위 틈에 풀과 잎을 깔아 둥지를 만들어요. 한 번에 1~4마리를 낳지만, 대개 1~2마리를 낳아요. 갓 태어난 새끼는 110~130g 정도이고, 눈을 감은 채 회색빛 털로 덮여 있어요. 처음 며칠 동안 어미는 거의 둥지를 떠나지 않고, 이후에는 먹이를 먹으러 나갔다가 돌아와 새끼를 돌봐요. 레서판다에서는 수컷이 새끼 돌보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 단계 | 나이 | 특징 |
|---|---|---|
| 갓난 새끼 | 0~3주 | 눈을 감고 있음, 회색빛 털, 둥지에서만 지냄 |
| 눈 뜨기 | 약 3주 무렵 | 눈을 뜨지만 여전히 둥지 안에서 지냄 |
| 첫 외출 | 약 3개월 | 둥지 밖으로 나와 어미를 따라다니기 시작, 털이 붉게 변함 |
| 젖떼기 | 약 6~8개월 | 대나무를 먹기 시작하고 젖을 뗌 |
| 독립 | 약 1세 | 다음 번식기 무렵 어미 곁을 떠남 |
| 성 성숙 | 약 18개월 | 번식 가능 |
| 수명 | 야생 약 8~10년 | 사육 상태에서는 15년 이상 산 기록도 있음 |
새끼는 처음에는 회색빛 털을 가지고 태어나지만, 자라면서 점점 어른처럼 붉은 털로 바뀌어요. 첫 겨울을 무사히 넘기는 것이 새끼에게는 큰 고비예요.
9. 지능·의사소통·특별한 능력
레서판다는 주로 냄새로 의사소통을 해요. 항문 주변과 발바닥에 냄새샘이 있어서, 걸어 다니며 바닥과 나무에 냄새를 남기고, 오줌과 똥으로도 영역을 표시해요. 다른 레서판다는 이 냄새를 맡고 그 개체의 성별과 번식 상태를 알아낼 수 있어요. 레서판다가 길을 걸으며 냄새를 맡는 행동은 일종의 '정보 수집'이에요.
소리로도 대화를 해요. 레서판다는 짧게 휘파람 같은 소리, 새가 지저귀는 듯한 소리, 위협할 때의 '쉭' 하는 소리와 콧김 등을 내요. 특히 번식기에는 '훅훅' 하는 듯한 독특한 소리를 낸다고 해요.
몸짓 언어도 있어요. 위협을 느끼면 뒷다리로 일어서서 앞다리를 들어 몸을 크게 보이게 하는데, 이 모습이 사람에게는 귀엽게 보여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끌었어요. 하지만 이는 사실 '나에게 다가오지 마'라는 경고의 표시예요. 일어선 상태에서 앞발의 날카로운 발톱을 내보이며 상대를 위협하는 거예요.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거나, 꼬리를 아치 모양으로 세우는 것도 긴장이나 경고의 신호예요.
레서판다는 혀에 특별한 감각 기관이 있어서 냄새와 맛을 함께 느끼는 데 도움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어요. 또 단맛을 잘 느끼는 것으로 알려진 몇 안 되는 식육목 동물 가운데 하나예요. 고양이처럼 많은 육식동물은 단맛을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것과 대조적이에요.
10. 천적과 생존
레서판다의 자연 천적으로는 눈표범과 담비 종류가 알려져 있어요. 특히 노란목담비는 새끼와 어린 레서판다에게 위협이 되고, 큰 맹금류도 어린 개체를 노릴 수 있어요. 레서판다는 위험을 느끼면 재빨리 나무 위로 올라가 피하고, 몸을 숨기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일어서서 위협 자세를 취해요.
레서판다는 더위와 질병에 약해요. 서식지 주변 마을에서 키우는 개는 레서판다를 공격하기도 하고, 개홍역(디스템퍼) 같은 질병을 옮기기도 해요. 방목하는 가축이 숲으로 들어와 대나무를 먹어 치우는 것도 레서판다의 먹이를 줄이는 원인이에요.
대나무가 대규모로 꽃을 피우고 말라 죽는 현상도 위협이 돼요. 레서판다는 특정 대나무에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대나무가 한꺼번에 사라지면 먹이를 찾기 어려워져요.
11. 인간과의 관계
레서판다는 히말라야 지역 사람들에게 오래전부터 알려진 동물이었어요. 일부 지역에서는 레서판다의 털가죽을 모자나 장식으로 쓰기도 했고, 중국 남서부의 일부 소수 민족 사이에서는 레서판다 털로 만든 모자가 결혼식 등에서 행운의 상징으로 여겨졌다고 해요. 이런 전통적인 이용은 레서판다 사냥의 한 원인이 되었어요.
서양 학계에 레서판다가 알려진 것은 19세기 초예요. 자이언트판다보다 수십 년 먼저 알려졌기 때문에 '판다'라는 이름도 레서판다가 먼저 가지게 되었어요.
오늘날 레서판다와 사람의 관계에서 가장 큰 문제는 서식지 파괴예요. 땔감을 얻기 위한 벌목, 농지와 목초지 개간, 도로 건설 등으로 숲이 줄어들고 조각나고 있어요. 또 일부 지역에서는 레서판다를 애완동물로 팔기 위한 불법 포획과 거래가 일어나고 있어요. 귀여운 외모 때문에 레서판다를 키우고 싶어 하는 수요가 생기면서, 국경을 넘는 밀거래가 적발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어요.
한편 레서판다는 지역 사회에 새로운 기회가 되기도 해요. 네팔과 인도 등에서는 지역 주민을 '산림 보호인'으로 고용해 레서판다를 모니터링하고, 레서판다 관찰 생태 관광으로 소득을 얻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요. 인도 시킴주에서는 레서판다를 주의 상징 동물로 삼고 있어요.
한국에서 레서판다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제적 멸종위기종이어서 허가 없이 수입하거나 거래할 수 없어요. 한국의 여러 동물원에서도 레서판다를 볼 수 있어요.
12. 보전 현황
레서판다는 IUCN 적색목록에서 '위기(EN)'로 분류돼요. 2015년 평가에서 '취약(VU)'에서 '위기'로 상향되었어요.
야생 레서판다의 정확한 개체 수는 알기 어려워요. 숲이 울창하고 험한 산지에 살며, 수줍음이 많아 직접 관찰하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성숙한 개체가 1만 마리 미만이라는 추정이 많지만, 연구에 따라 그보다 훨씬 적거나 많게 보는 경우도 있어요. 대체로 지난 수십 년 동안 감소해 왔고, 앞으로도 감소할 것으로 우려돼요.
주요 위협 요인은 다음과 같아요.
- 벌목, 농지와 목초지 개간, 도로·수력 발전 시설 건설로 인한 서식지 파괴와 조각화
- 방목 가축과 개로 인한 먹이 감소, 공격, 질병 전파
- 털가죽과 애완동물 거래를 위한 밀렵과 불법 포획
- 기후 변화로 인한 서식지의 고도 상승과 대나무 분포 변화
- 작은 집단의 고립으로 인한 유전적 다양성 감소
보호 활동으로는 보호 구역 지정, 숲 복원과 생태 통로 조성, 지역 사회 기반의 모니터링과 생태 관광, 동물원 간 국제 번식 프로그램 등이 있어요. 특히 네팔에서는 지역 주민이 직접 레서판다의 흔적을 조사하고 숲을 지키는 활동이 활발해요.
레서판다는 CITES 부속서 I에 올라 국제 상업 거래가 금지되어 있어요.
13. 동물원에서
레서판다는 몸집이 작고 귀여워서 세계 여러 동물원에서 인기가 많아요. 국제적인 번식 프로그램을 통해 동물원 사이에서 개체를 교환하며 유전적 다양성을 관리하고 있어요.
레서판다를 키우려면 서늘한 환경이 꼭 필요해요. 더위에 매우 약하기 때문에, 여름에는 그늘과 냉방 시설, 시원한 쉼터를 마련해야 해요. 나무 위 생활을 하는 동물이라서 높은 나무나 구조물, 나무 위의 쉼터도 필요해요. 신선한 대나무를 꾸준히 공급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예요.
동물원 레서판다가 뒷다리로 일어서는 모습은 인터넷에서 큰 인기를 끌었어요. 하지만 이 자세는 원래 위협이나 경계의 표시라서, 관람객이 레서판다를 놀라게 하거나 자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레서판다는 예민한 동물이라 시끄러운 소리와 플래시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어요.
레서판다는 애완동물이 아니에요. 귀여운 외모 때문에 키우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지만, 레서판다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개인이 합법적으로 기를 수 없고, 서늘한 기온과 대량의 신선한 대나무, 넓은 나무 위 공간이 필요해요. 또 냄새 표시를 많이 하고 야행성에 가까우며 사람 손을 타지 않는 야생동물이에요.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불법으로 거래되는 레서판다는 야생에서 포획된 개체인 경우가 많아, 수요 자체가 야생 집단을 위협해요.
14. 대중문화 속 레서판다
레서판다는 최근 대중문화에서 존재감이 크게 커졌어요. 2022년 픽사 애니메이션 '메이의 새빨간 비밀'은 감정이 격해지면 커다란 레서판다로 변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그려 큰 화제가 되었어요. 애니메이션 '쿵푸팬더' 시리즈에서 주인공의 스승으로 나오는 캐릭터도 레서판다를 모델로 했어요.
일본의 한 캐릭터 회사가 만든 애니메이션에서는 낮에는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밤에는 노래방에서 데스메탈을 부르며 스트레스를 푸는 레서판다 캐릭터가 등장해, 직장인들의 공감을 얻었어요.
웹 브라우저 '파이어폭스'의 이름은 레서판다의 영어 별명 '파이어폭스'에서 따왔다고 알려져 있어요. 다만 로고에 그려진 동물은 흔히 여우로 받아들여져요.
일본에서는 동물원의 레서판다가 뒷다리로 서 있는 모습이 언론에 소개되며 큰 인기를 끈 적이 있고, 이후 레서판다는 일본 동물원의 대표 인기 동물이 되었어요. 매년 9월 셋째 토요일은 '국제 레서판다의 날'로, 레서판다 보호를 알리는 행사가 세계 곳곳에서 열려요.
한국에서는 '레서판다'와 '랫서판다'라는 표기가 함께 쓰이며, 귀여운 동물의 대표로 SNS와 굿즈에서 사랑받고 있어요.
15. 여담
- 레서판다는 '판다'라는 이름을 자이언트판다보다 수십 년 먼저 가지고 있었어요.
- 레서판다의 꼬리는 균형을 잡는 데도 쓰이고, 추운 날에는 이불 역할을 해요.
- 레서판다는 나무에서 내려올 때 발목을 돌려 머리부터 내려올 수 있는 몇 안 되는 동물이에요.
- 레서판다의 얼굴 무늬는 개체마다 달라서, 연구자와 사육사는 얼굴 무늬로 개체를 구별해요.
- 더운 날 레서판다가 나뭇가지 위에 축 늘어져 있는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몸의 열을 식히기 위해서예요.
- 레서판다는 식육목 동물 가운데 드물게 인공 감미료의 단맛까지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는 연구가 있어요.
- 레서판다의 새끼는 태어날 때는 회색빛이지만, 자라면서 점점 붉은빛이 짙어져요.
야생동물은 반려동물이 아니에요. 포획·거래·사육은 대부분 법으로 금지되어 있고, 다친 야생동물을 발견하면 지역 야생동물구조센터에 연락하세요.
자주 묻는 질문
레서판다는 너구리의 친척인가요?
족제비·너구리·스컹크와 같은 족제비상과에 속하지만, 레서판다과라는 독자적인 과의 유일한 동물이에요.
레서판다가 일어서는 건 반가워서인가요?
아니에요. 뒷다리로 일어서 몸을 크게 보이는 것은 위협을 느꼈을 때의 방어 자세예요.
레서판다를 애완동물로 키울 수 있나요?
안 돼요. 국제적 멸종위기종이라 거래가 금지되어 있고, 서늘한 기온과 대량의 신선한 대나무가 필요하며, 불법 거래는 야생 집단을 위협해요.
사진 출처
사진은 위키미디어 공용(Wikimedia Commons)의 자유 이용 허락 사진이에요. 각 사진의 작가와 라이선스는 아래와 같아요.
- Red Panda, Gentle Tree-Dweller of the Himalayas.jpg — Sunuwargr · CC BY-SA 4.0
- Ailurus fulgens styani 59714096.jpg — Marie Chappell · CC BY 4.0
- Dortmund-Zoo-Kleiner Panda151930.jpg — Rainer Halama · CC BY-SA 3.0
- Endangered Red Panda.jpg — 27707 · CC0
- MC Kleiner Panda.jpg — Christian Mehlführer, User:Chmehl. Edit by Böhringer · CC BY 2.5



